제14화
고지수는 회사 직원이 아니기에 사원증이 없어 구내식당에서 밥을 먹을 수가 없었다. 그걸 알게 된 직원들은 사진을 찍어준 대가로 자신들이 사겠다며 그녀를 식당으로 데려갔다.
고지수가 직원들의 추천으로 한창 메뉴를 고르고 있던 중, 식당이 갑자기 소란스러워졌다. 이에 고개를 돌려보니 심동하가 사람 몇 명을 데리고 안으로 들어오고 있는 것이 보였다.
단지 걸어들어오는 것뿐인데 워낙 차가운 인상이고 무표정한 얼굴이라 그런지 조금 전까지만 해도 소란했던 분위기가 갑자기 고요해졌다.
그러다 심동하 일행이 룸 같은 곳으로 들어간 뒤에야 다들 다시 입을 열었다.
고지수와 함께 식당으로 온 직원 중 한 명이 고지수의 팔을 톡톡 두드렸다.
“방금 들어온 그 사람이 바로 우리 회사 대표님이세요. 잘생겼죠?”
“대표님도 식당에서 식사를 해결하시나 봐요?”
고지수가 물었다.
“아주 가끔요. 계약이 원하는 대로 이루어지지 않았거나 거래처 스케줄로 시간이 오후로 연장되면 이렇게 식당으로 데리고 오세요. 대표님이 들어간 저곳은 따로 셰프님이 있는데 미슐랭 못지않게 맛있대요.”
고지수의 시선이 아주 잠깐 룸에 멈췄다가 다시 돌아왔다.
식사를 마친 후, 고지수는 소화도 할 겸 미리 자리로 돌아가려고 했다. 가는 길에 메시지 알림음이 울려대서 보니 심민지가 메시지를 보내왔다.
남자 배우 한 명이 어린 걸 티 내고 싶은지 자꾸 누구를 보던 누나라고 부른다며 불만을 토로하는 내용이었다.
[나랑 몇 개월 차이밖에 안 나는데 자꾸 누나, 누나 이런다니까?! 이러니까 내가 화가 나, 안나?]
심민지의 분노가 그대로 느껴지는 문자였다.
웃으며 답장을 보낸 고지수는 고개를 들었다가 테라스에 앉아 커피를 마시고 있는 심동하를 발견했다.
움직이던 발걸음이 한순간에 멈췄다.
가능하면 심동하와는 마주치지 않는 게 그녀에게는 좋았다. 덜 마주치면 들킬 위험도도 낮아질 테니까.
고지수는 그렇게 생각하며 조용히 뒤를 돌았다. 그런데 이제 막 발걸음을 떼려는 그때 그녀를 빤히 바라보는 남자와 눈이 마주쳐버렸다.
노민준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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