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6화
노재우는 입술을 꾹 다문 채 풀이 죽어 눈을 감았다.
노민준은 찌푸린 얼굴로 무언가 말하려 했지만 고지수의 차갑고 거부하는 눈빛을 보고는 결국 말을 삼켰다.
마치 시간이 거꾸로 흘러 과거로 돌아간 듯했다.
마지막으로 세 사람이 함께 이 자리에 앉았을 때, 도망치고 싶어 안절부절못하던 사람은 노민준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고지수였다.
노재우는 조용히 소원을 빌고는 촛불을 불어 껐고 붉어진 눈으로 고지수를 바라보며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엄마, 제 소원은 꼭 이루어질 거죠?”
고지수는 대답을 피하며 말했다.
“케이크 먹자.”
노재우는 입술을 삐죽이며 울음을 참았고 노민준은 서둘러 케이크 칼을 들어 분위기를 바꾸려 했다.
“재우야, 어느 조각을 먹고 싶어?”
노재우는 코끝을 문지르며 울음을 삼키고 의자 위에 무릎을 올린 채 케이크 위의 하트 장식을 가리켰다.
“아빠, 이 하트 엄마한테 주고 싶어요.”
그러자 노민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아빠도 같은 마음이야.”
노민준은 새빨간 하트 모양 장식을 통째로 잘라 고지수 앞으로 밀어 두었다.
“재우가 처음으로 직접 만든 케이크야. 한번 먹어봐.”
고지수는 포크로 그 하트 모양을 정확히 찍어내어 모양을 망가뜨리듯 입에 넣었고 두어 번 씹은 뒤 포크를 내려놓았다.
“엄마, 맛없어요?”
고지수는 짧게 대답했다.
“맛은 괜찮아.”
실은 아이가 만든 거라 더욱 먹기 어려웠다.
“나는 밤에 단 걸 잘 안 먹으니까 네가 다 먹어. 남기지 말고.”
“네...”
노재우는 힘없이 대답하고는 일부러 천천히 케이크를 먹었고 조금이라도 시간을 더 끌면서 엄마가 곁에 오래 머물러 주기를 바랐다.
‘엄마와 이렇게 함께한 시간이 도대체 얼마 만이야.’
고지수는 억지로 자리를 지키며 기다렸지만 탁자를 두드리는 손끝은 점점 조급해졌다.
노재우도 고지수가 더 이상 여기 있고 싶지 않다는 걸 뼈저리게 느꼈고 포크를 깨문 채 시간을 조금만 더 늦추려 애썼다.
고지수가 테이블 위 음료를 들이켜는 순간 갑자기 머리가 어지럽고 몸이 달아올랐다. 시야마저 흐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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