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3화
노재우의 한마디에 집 안이 조용해졌고 장민영도 놀라서 굳어버렸다.
심동하는 고지수의 눈을 똑바로 바라봤다. 이전에 이 질문을 들었다면 고지수가 어떤 대답을 할지 그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제 그들은 결혼하기로 결정했고 그냥 계약일 뿐이지만 그래도 심동하는 그녀가 이 순간만큼은 자신을 인정해 주길 바랐다. 오늘 시작을 떼면 앞으로 다른 사람들 앞에서도 인정할 테니까.
고지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심동하의 시선이 자신을 향하고 있다는 걸 느꼈다. 그리고 그가 자신이 어떤 대답을 내놓을지 기다리고 있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노재우의 눈을 마주하는 순간 고지수는 왜인지 모르게 피하고 싶어졌다. 역시 많은 일들이 머리로는 쉽다고 생각되지만 막상 행동으로 옮기는 건 전혀 다른 문제였다.
고지수는 심동하의 시선을 피했고 노재우의 호기심 어린 시선도 피했다.
“왜 그런 생각을 했어?”
그녀의 반응에 심동하는 실망한 듯 눈빛이 살짝 어두워졌다가 이내 아무렇지 않은 표정을 지었다.
노재우는 인형을 꼭 안은 채 중얼거렸다.
“삼촌이 저한테 잘해주잖아요.”
“너한테 잘해준다고 다 네 아빠가 되는 건 아니야.”
노재우는 말이 없었다.
잠시 후 장민영이 저녁상을 올렸고 심동하는 밥을 다 먹고 나서 조용히 떠났다.
밤거리는 화려한 불빛으로 가득했고 그의 차는 그 속으로 섞여 들어가며 가로등 불빛을 뒤로 흘려보냈다.
심동하는 자조적으로 웃었다. 고작 계약서에 서명했다고 부부 흉내를 내고 고지수가 사람들 앞에서 당당하게 자신의 팔을 끼고 ‘이 사람이 제 약혼자예요’라고 말해 주길 바랐다니. 그는 지금껏 이렇게 순진했던 적이 없었는데 고지수 앞에서는 왜 이렇게 되는지 몰랐다.
그날 밤, 고지수는 쉽게 잠들지 못했다.
예전에 심동하가 어쩔 수 없이 스캔들에 휘말렸을 때는 아무렇지 않게 넘어가는 것처럼 보였는데 막상 자신이 그 입장이 되어보니 뭘 해도 너무 어색했다.
사이가 가까워지는 건 괜찮았지만 정말 사람들 앞에서 자신이 심동하의 약혼녀라고 입 밖으로 말하는 건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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