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9화
한동안 그 누구도 말이 없었고 공간 전체가 고요에 잠겼다.
심민지의 마음속에선 수천 마리의 말이 뛰어다니는 것 같았지만 입에선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다.
한참 후, 노민준이 먼저 입을 열었다.
“앉아서 얘기할래?”
심민지는 더는 이 자리에 있는 게 맞지 않다고 느꼈다.
“나 딴 데 앉을게. 별로 낄 자리가 아닌 것 같아서.”
고지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속이 좀 답답했지만 그보단 더 깊은 피로감이 밀려왔다.
이혼 절차쯤이야 간단히 끝날 줄 알았지만 예상은 빗나갔고 꼬이고 또 꼬였다.
고지수는 노민준 맞은편에 앉았고 그는 자연스럽게 메뉴판을 건넸다.
“밥 먹으면서 얘기하자. 너는 안 먹어도 난 배고프거든.”
고지수는 별로 먹고 싶지 않았지만 형식상 대충 두어 가지를 고르고 메뉴판을 다시 건넸다.
노민준은 그녀가 고른 메뉴를 한번 훑어보더니 자기 마음대로 몇 가지를 더 추가했다.
그 후엔 메뉴판에 동그라미를 쳐가며 직원에게 말했다.
“이건 아이가 먹을 거니 따로 테이블 하나 세팅해 주시죠.”
“네, 손님.”
노민준은 노재우의 등을 두드렸다.
“좋아하는 자리 골라 앉아.”
노재우는 잠깐 망설였다.
사실 엄마 옆에 앉고 싶었지만 지금은 부모님이 뭔가 어색한 분위기라 조금 떨어진 자리에 조용히 자리를 잡았다.
노민준은 고지수에게 따뜻한 물 한 잔을 따라주며 말을 꺼냈다.
“나도 좀 생각을 해봤는데 우리 엄마 고집 센 건 알지만 틀린 말만 하는 건 아니더라고. 네가 나랑 이혼하는 게, 애한테 안 좋긴 해. 몇 년 동안 네가 키워 왔잖아. 다른 사람이 키우게 한다면 솔직히 말해서 난 그게 더 불안해.”
고지수는 조용히 노재우를 바라봤다.
딱 그 순간, 노재우가 그녀를 몰래 힐끔 보고 있었다.
눈이 마주치자마자 노재우는 재빨리 고개를 돌렸다.
창밖을 보는 척하더니 고지수가 다시 시선을 거두자 슬쩍 다시 그녀를 바라봤다.
“쟤는 진작부터 내가 엄마였다는 걸 부정했어.”
노민준의 얼굴에 약간의 당혹감이 스쳤다.
“애가 아직 어려서 그래. 너 진짜 애 말 하나하나에 그렇게 민감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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