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1화
공기가 순간 얼어붙었다.
심동하의 목소리를 듣자 고지수는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심동하가 노민준이랑 같이 있을 줄은 정말 꿈에도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
고지수는 물 한 모금을 들이켜며 진정했다.
‘그럼 심동하가 전에 도와준다는 말은 설마 노민준 쪽으로 접근하겠단 뜻이었어? 노민준을 설득하든 협박하든 심동하가 알아서 하겠다는 건가? 노민준은 내가 심동하와 뭔가 연루되어 있다는 걸 눈치챈 건가? 아니야, 그건 지금 중요한 게 아니야. 아까 심동하가 내 목소리를 들었는데 설마 내가 Rita라는 걸 눈치챘나?’
고지수는 두어 번 가볍게 기침하고 일부러 목소리를 바꿔 모른 척하는 연기를 시작했다.
“누구세요?”
심동하는 잠시 멈칫했지만 금세 고지수의 속내를 알아차렸다.
고지수는 지금 분명 연기하고 있었다.
심동하는 일단 고지수의 연기에 맞춰 아무렇지 않은 척 받아주기로 했다.
“심동하예요.”
“아, 그렇구나.”
고지수는 일부러 의미심장하게 말꼬리를 끌어당겼다.
심동하는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고지수의 연기를 경청했다.
“아, 심 대표님이셨군요.”
“네.”
“제 남편이 시끄럽게 굴진 않았나요?”
“괜찮았어요.”
심동하의 말은 짧고 간결했다.
그 짧은 몇 마디에서 고지수는 심동하의 아무런 감정 파동도 없는 평정심이 느껴졌다.
그리고 심동하가 아직은 고지수가 Rita라는 걸 알아채지 못한 듯했다.
사실 이건 그렇게 놀랄 만한 일도 아니었다.
휴대폰 너머로 들리는 목소리는 전류에 의해 살짝 왜곡되기 마련이었다.
“그럼 더 이상 방해하지 않을게요.”
고지수는 그 말을 끝으로 서둘러 전화를 끊었다.
말이 많으면 실수하기 마련이었기 때문이다.
심동하는 통화가 끊긴 전화를 물끄러미 바라봤다.
고지수의 태도는 무덤덤하고 귀찮아 보였다.
노민준에 대한 걱정은커녕 오히려 자기한테 정체가 들켰을까 봐 더 신경 쓰는 듯했다.
심동하는 휴대폰을 노민준 손 옆에 던졌다.
툭 하는 소리에 노민준이 움찔하며 움직였고 웅얼거리듯 말했다.
“자기야...”
심동하는 싸늘한 눈빛으로 노민준을 흘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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