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7화
심동하와 고지수는 차를 타고 다시 호텔로 돌아가게 되었다.
고지수는 가는 길에 모든 걸 솔직하게 털어놓고 정상참작이라도 받고 싶었지만 차에 오르자마자 업무를 시작하는 심동하 때문에 결국은 한마디도 꺼내지 못했다.
“짐 정리하고 밥 먹으러 가요. 비행기 시간 얼마 안 남았으니까 서둘러요.”
“네. 옷은 제가 챙겨올게요.”
고지수는 심동하의 옷을 인질 삼아 그에게 자신의 얘기를 다 들어달라고 부탁할 생각이었다.
“그래요.”
엘리베이터에 올라선 고지수는 천천히 닫히는 문틈 사이로 심동하에게 인사를 건넸다.
“좀 이따 봐요 대표님.”
그녀의 환한 미소를 본 심동하는 엘리베이터 문을 다시 열고 그 얼굴을 좀 더 가까이에서 들여다보고 싶은 충동을 가까스로 억누르며 그녀를 보내주었다.
심동하는 좀 이따 보자고 말하며 눈을 한껏 접어 웃던 그녀의 그 모습이 자꾸만 눈에 아른거렸다.
-
엘리베이터에서 내린 고지수가 빠르게 방으로 걸어갔는데 한 여자가 맞은편에 서서 그녀를 차갑게 바라보고 있었다.
저번 제작발표회에서 자신에게 커피를 들이부은 사람이라 고지수도 그녀를 알고 있었다.
그녀가 바로 심동하를 끈질기게 쫓아다니는 안미진이었다.
“고, 지, 수.”
안미진은 고지수의 이름을 한 자 한 자 끊어 부르며 코웃음을 쳤다.
“Rita? 하, 영어 이름 내건다고 정체가 숨겨질 거라고 생각한 거야? 그래놓고 오해? 너 진짜 뻔뻔하다.”
“여긴 어떻게 온 거예요?”
그녀가 방문 앞을 가로막고 있다는 건 누군가가 소식을 전해준 게 틀림없었다.
“너 하는 짓이 치가 떨려서 안 올 수가 있어야지. 너희 엄마는 너 이러고 다니는 거 아시니? 나한테 뭐라 할 시간에 네 일이나 신경 써.”
안미진이 부모님까지 들먹이자 고지수도 더는 참을 수가 없었다.
“안미진 씨가 무슨 자격으로 그런 말을 하죠? 안미진 씨 대표님이랑도 아무 사이 아니잖아요. 그런데 왜 저한테 함부로 대하시는 거예요? 대표님 마음을 못 얻은 게 저 때문은 아니죠. 제가 나타나기 전에도 찬밥신세던데.”
“그 입 안 다물어?! 여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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