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5화
은소희는 가방을 소파 위로 내던지며 노철수를 노려봤다.
“애한테 다 말한 거예요?”
노철수가 고개를 끄덕이자 은소희가 노민준을 바라보며 말했다.
“부모가 애 혼자 남겨두고 갑자기 죽어버렸어. 그 어린 애가 무슨 수로 회사를 맡겠어? 너는 기억 못 할 수도 있지만 그때 걔네 친척들은 하나같이 회사만 탐냈어.”
“어린 꼬맹이가 너를 좋아해서 데려다 키운 게 뭐가 잘못이야? 우리가 억지로 데려온 것도 아니고 우리도 지수 의견 물어봤었어. 걔가 좋다고 고개 끄덕인 거야. 그 유산은 그냥 키워준 값으로 받은 것뿐이야.”
은소희의 당당함에 노민준은 머리가 깨질 것만 같았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게 돈을 받았으면 지수한테는 알려줬어야죠. 우리 집안에서 걔를 거둬준 거 하나 때문에 그동안 무슨 말을 들어도 다 참았던 거 아시잖아요!”
어릴 때 거둬준 은혜가 아니었다면 고지수는 아마 은소희가 우유를 준 적 없다고 거짓말했을 때 이 집을 나갔을 것이다.
“이게 다 너 때문이잖아! 집안을 이렇게 일으켜 세우는 게 쉬운 일인 줄 알아? 걔 부모가 걔한테 돈을 얼마나 많이 남겼는데. 그 돈만 있으면 네가 좀 더 편하게 사니까 그런 거잖아.”
은소희의 생각을 이해할 수 없었던 노민준은 표정을 굳히며 대꾸했다.
“엄마가 아주머니랑 친구로 지냈을 때도 아주머니가 우리 집 얼마나 많이 도와주셨어요.”
“그래, 도와줬지. 하지만 우리 집이 여태껏 자리를 지켜온 건 다 우리가 잘 키워서야. 고지수한테 미안해할 필요가 없다고! 걔는 바람까지 피웠잖아.”
“뭐라고요?”
노민준이 되묻자 은소희가 고개를 빳빳이 쳐들며 말했다.
“어제 네 아빠가 고지수 뒤에 명안이 있다고 할 때부터 내가 이상하다 했어. 오늘 가서 알아보니까 재벌 집 사모들은 다 알고 있더라. 심동하가 고지수를 좋아한대. 심동하가 점 찍어둔 여자를 내가 꽉 잡고 있다고 다들 나를 비웃잖아.”
말을 하다 보니 화가 난 건지 은소희는 점점 더 언성을 높였다.
“둘이 제작 발표회도 같이 다니고 저번에는 심동하가 고지수 때문에 파티도 망쳤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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