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화
노민준은 순간 머릿속이 하얘졌다.
그는 자신이 왜 이런 반응을 보이는 건지 알지 못했다.
너무 놀란 탓일까?
고지수가 아직도 화가 풀리지 않았다는 것에, 아직도 심술을 부리면서 기고만장하게 군다는 것에 놀란 탓일 것이다.
“아이 앞에서 이런 수단을 쓰는 건 너무 철없는 행동이지 않아?”
고지수는 미간을 찌푸렸다.
수단이라니. 노민준은 그녀가 한 말을 농담이라고 생각한 걸까?
노재우는 잠깐 멍한 표정을 짓더니 이내 정신을 차리고 화를 내며 말했다.
“엄마, 어떻게 이럴 수가 있어요? 잘못한 건 엄마잖아요. 그런데 우리를 협박하는 거예요? 엄마, 반성 좀 해요. 엄마는 항상 제 일에 사사건건 간섭하잖아요. 이제는 제가 누구를 좋아하고, 누구를 싫어할지까지 간섭하려고요? 엄마는 이 세상에 저한테 잘해주는 사람이 한 명 더 많아지는 게 싫은 거예요? 어떻게 그렇게 이기적이에요? 엄마는 저를 사랑하는 게 아니에요! 엄마 같은 사람은 제 엄마가 될 자격이 없어요!”
가시 돋친 말투성이였다.
고지수는 처연한 미소를 지었다.
윤혜리가 서둘러 앞으로 나서더니 노재우의 입을 살짝 막으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아이를 달랬다.
“재우야, 엄마한테 그런 말을 하면 안 돼.”
마치 노재우의 친엄마 같아 보였다.
노재우는 고지수를 대할 때와는 전혀 다른 태도로 말했다.
“저는 사실만을 말했는걸요. 왜 말하지 못하게 하는 거예요?”
노민준은 노재우를 힐끗 본 뒤 고지수에게 말했다.
“서재로 가서 얘기 나눠.”
“그래.”
고지수는 이혼 합의서를 가지러 왔다.
그게 가장 중요했다.
고지수는 노민준을 따라 위층으로 올라갔고 노민준은 서재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간 뒤 노트북을 켜서 이혼 합의서를 출력했다.
프린터가 작동하는 소리가 방 안에 울려 퍼졌는데 그 소리가 조금 시끄러워서 노민준은 짜증이 났다.
그는 창가로 걸어가서 담배에 불을 붙였고, 이내 담배 연기가 위로 피어올랐다.
“윤혜리 때문이라면 그럴 필요 없어.”
그는 어떻게 말을 이어가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했다.
고개를 돌렸을 때 고지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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