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4화
나는 아바마마께서 일 처리 능력뿐만 아니라 다른 부분까지 시험하고 계신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만약 내가 이때 이휘에 대한 뼛속 깊은 증오를 드러낸다면 그동안 쌓아 온 모든 노력이 물거품이 될 것이다.
그래서 나는 심호흡을 하고 한참을 망설이다가 입을 열었다.
“아바마마, 이번 일은 세자가 잘못한 부분도 있지만 모든 문제의 원흉은 민연아입니다!”
아바마마께서는 눈살을 찌푸리셨다.
“네 오라비가 세 살배기 어린아이도 아닌데 스스로 판단할 능력도 없다는 말이냐? 아무리 천한 계집이라도 네 오라비가 스스로 넘어가지 않았다면 아무 일도 없었을 것이다!”
나는 고개를 저었다.
“틀린 말씀은 아니지만 사람이 어찌 감정이 없을 수 있겠습니까? 예로부터 아무리 뛰어난 사람이라도 정 앞에서는 어쩔 수 없는 법입니다. 오라버니는 운이 나쁘게도 천한 계집을 연모하게 된 것이지요. 오라버니가 아무리 못났다고 해도 민연아를 만나기 전에는 항상 규칙을 잘 따랐고 큰 잘못을 저지른 적이 없었습니다. 이는 그가 본래 못난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의미하지요. 모두 그 요망한 계집 때문입니다!”
나는 아바마마의 마음을 헤아리며 이런 말을 했다.
예상대로 아바마마께서는 긴 한숨을 내쉬며 감탄하셨다.
“역시 내 딸 착하구나. 네 오라비가 너에게 그런 짓을 했는데도, 너는...”
나는 눈시울을 붉히며 단호하게 말했다.
“사실, 소녀는 아직까지 오라버니의 행동을 용서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나라의 앞날이 더 중요한데 개인적인 감정이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아무리 억울해도 대성의 앞날을 위해서라면 사사로운 감정으로 일을 그르칠 수는 없습니다!”
아바마마께서는 크게 감동하시어 내 어깨를 두드려 주셨다.
“좋다, 참으로 좋구나! 과연 내가 가장 아끼는 딸이로구나. 마음속에 큰 의리가 있어!”
내가 겸손한 말을 하기도 전에 아바마마께서는 다시 말씀하셨다.
“하지만 아직 상황을 파악하는 눈치가 부족하구나!”
나는 불만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저에게는 아바마마께서 계신데 뭐 하러 머리를 쓸 필요가 있겠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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