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화
남민우의 웃음에는 조금 힘이 들어가 있었다.
그가 다가와 여수민의 머리를 쓰다듬자, 여수민은 순식간에 긴장했다.
그래도 잠깐 생각해 보니 나쁘기만 한 것도 아니었다.
좋아하는 사람과 가장 가까운 일을 하는 것. 그 정도는 여수민도 받아들일 수 있었다.
그런데 남민우가 반쯤 쪼그려 앉더니 그녀의 손등에 가볍게 입을 맞추며 말했다.
“미안하다, 수민아. 놀랐지.”
여수민은 고개를 저으며 눈을 곡선처럼 접어 웃었다.
손으로 수어를 그렸다.
[누가 전화했어요?]
남민우는 딴생각을 하듯 대답했다.
“우리 엄마. 이번 방학에 집에 오냐고 묻더라.”
송주희가 여수민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쯤은, 여수민도 잘 알고 있었다.
원래는 다정한 옆집 아주머니였고 초등학교 때의 수어 선생님이기도 했다.
그러다 사춘기 아들의 일기를 우연히 보고 난 뒤, 완전히 딴사람이 되어 버렸다.
지금은 여수민을 거의 경계하다시피 했다.
여수민은 입술을 살짝 깨물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나 실험 일단락되면 집에 며칠 다녀올 거야. 수민아, 너 혼자 여기 있어도 괜찮지?”
여수민은 고개를 끄덕였다.
남민우는 한 번 더 생각하더니, 결국 당부하지 않고는 못 배기겠다는 듯 말을 이었다.
“손영후 일은 끝났지만, 그 자식처럼 속에 딴마음 품은 남자들 아직도 많아. 너 진짜 조심해야 해. 당하는 일 없게. 어떤 사람들은 손영후처럼까지 악질은 아닐 수도 있는데, 여자를 대할 때 쓰는 수법은 많거든. 너는 좀 순진해서, 괜히 세상 사람 다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여수민은 그 말뜻을 이해했다.
조심하겠다고 마음속으로 다짐했다.
“나 오늘은 기숙사 가서 잘게.”
남민우는 일어나면서 여수민의 이마에 입을 맞췄다.
“여기 있으면, 나도 나 자신을 잘 못 믿겠어.”
여수민은 그를 흘겨보며 짧게 째려봤다.
조금은 새침한 기색이 실려 있었다.
그 모습을 보는 남민우의 시선이 잠시 멈췄지만, 조금 전 영상 통화를 걸려다가 자기에게 끊기고, 그 뒤 전화로 쏟아졌던 어머니의 의심과 경고가 떠올라 결국 기숙사로 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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