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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화

구석에 걸린 자신의 그림 앞까지 걸어갔을 때 여수민은 걸음을 멈췄다. 하준혁이 그 그림을 정면으로 마주한 채 서 있었다. 그는 한 손을 주머니에 찔러 넣고 마치 작품 감상이라도 하듯 담담한 표정이었다. 몇몇 관람객들은 그가 김미숙의 아들이라는 걸 알아보고 다가와 인사를 건넸다. 하준혁은 고개만 살짝 돌려 인사를 받았는데 그 시선은 단 한순간도 여수민에게 머물지 않았다. 차가운 표정과 무심한 태도. 요즘 둘은 연락도, 마주친 적도 없었다. 여수민은 하준혁이가 아직도 화난 걸까 하고 짐작했다. 사과하러 다가가자니 어색하고 모르는 척 지나치자니 그것도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그때 손님들의 평가가 들려오며 복잡한 생각이 다시 끊겼다. “꽤 잘 그렸네. 다만 붓질이 아직 좀 어리긴 해. 누구 작품이지?” “들으니 김 교수님 제자래. 연경미대 특기생이고, 김 교수님이 바로 알아보셨다더군. 내 눈에도 꽤 유망해 보여. 기술도 감정도 아직 성장할 여지가 있지만 이 나이면 충분히 훌륭하지.” 칭찬인지 지적인지 모를 그 말에 여수민의 볼이 붉어졌다. 사람들이 지나간 뒤에도 한참이나 자신의 부족함을 떠올리며 반성했다. 하준혁은 그녀를 흘끗 쳐다봤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여수민은 결국 직접 사과하는 게 낫다고 판단하고 조심스레 다가갔다. 휴대폰 화면을 내밀자 하준혁은 고개를 숙여 ‘하준혁 씨, 죄송합니다.’ 라는 문장을 보았다. 입가의 상처는 이미 말끔히 아물었고 아마 그 커플도 진작에 화해했겠지. 그는 담담하게 말했다. “마음에 담아둔 거 아니에요.” 여수민은 바로 환하게 웃었고 감사와 안도의 표정이 그대로 드러났다. “그런데 여수민 씨 남자 친구는요? 당신 전시회에 안 온 겁니까?” 여수민은 구석에 있는 자신의 그림을 바라봤다. ‘내 전시회라니, 그냥 대가들 그림 옆에 운 좋게 걸린 것뿐인데...’ [본가 내려갔어요.] 지난번 싸운 이후, 둘 사이엔 말하지 못한 앙금이 남아 있었다. 남민우는 본가에 내려가기 전 몇 번 찾아왔지만 그녀가 예전만큼 반응이 좋지 않자 점점 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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