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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9화

하준혁은 책상 앞에 서서 알록달록한 종이 한 뭉치를 무심히 내려다보고 있었다. 책상 위에는 줄지어 꽂힌 책들, 전공서적, 로맨스 소설, 그리고 그가 도무지 이해하지 못할 소녀 만화들까지 섞여 있었다. 왼편에는 액자 하나가 있었는데 여수민이 환하게 웃고 있었고 그 뒤에서 남자 친구가 단정하고 부드러운 미소를 짓고 있었다. 두 사람은 나란히 서서 서로를 끌어안은 채 카메라를 향해 브이를 했다. 오늘, 그는 처음으로 여수민의 방에 들어왔다. 여긴 좁고 오래되고 허름하지만 깔끔하게 정리된 공간이었다. 천장의 4분의 1은 사선으로 내려와 있어 책상 앞이며 천창 아래 놓인 이젤 근처에는 허리를 펴고 서있기도 어려웠다. 그때 여수민이 욕실에서 나왔다. 자기 집인데도 왠지 불편했다. 하준혁의 존재 자체가 마치 그녀의 껍데기를 벗겨내고 가장 부드럽고 연약한 안쪽을 드러내 버린 것처럼 안전함이라고는 조금도 느껴지지 않았다. 하준혁이 몸을 돌려 그녀 쪽으로 다가왔다. 여수민은 문틀에 등을 붙이고 있었는데 좁은 방이 더 좁아지고 공기가 더 희박해지는 것만 같았다. 하지만 이 남자는 방금 그녀를 구해줬고 또 이미 너무 많은 걸 도와준 은인이었다. 그래서 더 도망칠 수 없었다. 하준혁이 앞에 멈춰 서자 그녀는 긴장해 눈을 동그랗게 떴다. “비켜줄래? 손 좀 씻고 싶어서.” 여수민은 문 앞에서 쓰레기를 치우고 쓸 만한 건 다시 주워 담았는데, 그 와중에 하준혁은 처음으로 그런 일을 같이 도왔는지 손이 지저분해져 있었다. 여수민은 급히 고개를 끄덕이며 비켜섰다. 하준혁이 욕실에 들어서자마자 나란히 놓인 커플 칫솔컵이 눈에 들어왔다. 분홍과 파란 칫솔, 남성용 면도기와 스킨, 여성용 화장품과 머리끈은 좁은 월세방 안에서 서로를 끌어안고 가까이 지내던 흔적들이었다. 이 모든 것에서 이곳이 커플의 집이라는 사실이 선명하게 드러났다. 하준혁은 시계부터 느릿하게 풀어 내려놓은 후 손을 씻고 분홍색 곰돌이 수건으로 물기를 닦았다. 이 집은 거실과 침실이 하나로 붙어 있고 욕실을 제외하면 작은 부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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