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6화
여수민은 동생의 팔뚝을 툭툭 건드리고는 휴대폰을 들어 타자했다.
[너 연경체대에 특례 입학하게 되었어?]
여수환은 구체적인 상황을 알지 못하는 눈치였다. 휴대폰에 적힌 글자를 내려다보더니 신이 나서 말했다.
“누나, 나는 특례라고 해봤자 우리 지역에 체대에나 입학할 줄 알았는데, 연경이래! 나 이제 누나 찾아가기도 편하겠다. 누나도 좋지?”
잔뜩 흥분한 동생의 모습에 여수민은 뻣뻣하게 굳어서 입꼬리만 겨우 끌어올렸다.
남에게서 이익을 취할 때는 쉽지만 그걸 다시 뱉는 일은 참으로 어려웠다.
여준평은 부엌에서 나왔지만 아무 말 없이 묵묵히 앉아만 있었다. 집 안에는 오직 여수환이 앞으로 연경에서 계속 축구를 하며 대학 생활을 할 수 있어서 설렌다는 목소리만 가득했다.
그의 장래는 분명 밝을 것이었다.
여수민은 이런저런 생각에 밥이 코로 넘어가는지 입으로 넘어가는지 몰랐다. 결국 여수민은 얼마 먹지도 못하고 가족들이 식사를 마칠 때까지 기다렸다가 설거지를 했다.
여준평은 거실에 앉아 여수민을 기다리며 줄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여수민은 목의 간지러움을 애써 참으며 기차 안에서 미리 적어둔 둔 글을 여준평에게 건넸다.
[아빠, 교수님은 이미 저에게 너무 많은 도움을 주셨어요. 그러니 그 외의 것들은 받지 않으면 안 될까요? 빚은 갚을 수라도 있지만 공짜로 얻은 것들은 제가 무엇으로 갚아야 할까요?]
[아빠는 적어도 받지 않으실 거라고 믿었어요.]
여수민은 차마 실망했다는 말을 꺼낼 수 없었다.
여준평은 그녀의 오랜 버팀목이었다. 그는 비록 무던하고 아내에게 꼼짝 못 하는 사람이긴 했어도 여수민이 그림을 계속 배울 수 있게 해줬고 늘 그녀의 편에 서서 지지해줬으며 등하교를 책임지기도 했다.
그 덕분에 여수민은 성장하는 동안 많은 외부로부터의 상처를 피할 수 있었다.
심지어 예전에 여준평이 여수민을 보육원에서 데려왔을 때도, 안희설이 그녀를 다시 보육원에 보내려 할 때마다 단호하게 막아서서 그녀를 지켜줬다.
그런 여준평이었지만 결국 여수민 몰래 남의 것을 탐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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