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8화
“내 물건 가지러 왔어. 금방 갈 거야.”
진초연과 성준수가 스쳐 지나가려던 순간 성준수가 갑자기 그녀의 손목을 움켜쥐며 애원하는 듯한 어투로 말했다.
“초연아, 얘기 좀 할 수 있을까?”
진초연은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차가운 미소를 지었다가 곧바로 무표정으로 돌아섰다.
“시간 없어.”
그렇게 말하고는 하이힐을 또각거리며 걸어갔다.
성준수는 망설임 없이 쫓아 나갔지만 진초연은 이미 차에 올라탄 뒤였다.
그는 본능적으로 발걸음을 옮겨 그녀가 떠난 방향으로 달려갔다. 폭우를 무릅쓰고 몸에 난 화살 상처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아가씨, 미친 사람이 계속 차를 쫓고 있습니다. 제가 처리할까요?”
진초연은 창밖을 무심하게 돌아보며 매우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
“괜찮아요. 그냥 미친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성준수는 폭우 속을 뚫고 계속 쫓아갔지만 진초연의 차는 점점 멀어져 길 끝에서 사라져 버렸다.
성준수가 별장으로 돌아왔을 때 안은 이미 텅 비어 있었다.
진초연은 자신의 모든 것을 가져갔다.
하지만 그들 사이의 추억은 남겨져 있었다.
성준수는 자신이 진초연에게 처음으로 선물했던 맞춤 제작 가방을 보았다. 안에는 진초연의 이름이 새겨져 있었다.
그들은 함께 놀이공원에 가서 커플 인형을 샀다. 여우와 토끼가 꼭 붙어 서로 기대고 있는 모습이었다.
그리고 진초연이 한 달 월급을 털어 사준 커프스단추가 책상 위에 조용히 놓여 있는 것도 보았다.
예전엔 그 커프스 단추가 아까워서 차고 다니지 못하고 상자에 넣어 두곤 했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 그 커프스 단추가 보이지 않았는데 알고 보니 어느 순간 그가 벗어서 책상 위에 무심코 던져두고 그 존재를 잊어버린 것이었다.
그 커프스단추는 마치 성준수가 진초연을 대했던 모습과 같았다.
그녀의 다정함과 배려를 누리면서 서서히 그것들을 당연시하게 여겼고 일상 속에 넘쳐흐르던 사랑을 소홀히 했다.
성준수는 후회에 젖어 축 늘어진 채 소파에 주저앉았다.
비에 흠뻑 젖은 상처가 은은히 아파지더니 머리가 멍해지며 서서히 잠이 들었다.
깨어났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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