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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8화

그가 정말 그토록 두려운 사람이던가. 강청서에게 있어 이현익은 그런 존재였다. 한 번 밀려들면 숨조차 쉴 수 없게 만드는 거대한 겁화. 벗어날 틈 없이 사람을 짓누르고 마는 그런 힘이었다. 김 대감 댁 연회석. 등잔불이 어른거리고 술잔이 부딪치는 소리와 사람들 웃음소리가 뒤섞였다. 화려한 조명의 그림자 속에서 잔치가 한창이었다. 상석엔 나이 지긋한 주 대감이 앉아 온화한 목소리로 학문 이야기를 꺼냈다. “공부를 하다 보면 어디 막히는 데가 있는 법이오. 오늘은 그런 것들 모두 꺼내어 말해 보시오. 마음껏 물어도 좋은 날이니 아끼지 말고들 말해 보시게.” 김 대감은 수염을 쓰다듬으며 웃었다. “이런 자리에 주 대감께서 몸소 자리를 하시는 일이 어디 흔한 줄 아오. 다들 귀 열고 마음 여시게. 이런 기회는 다시 오기 어려울 것이오.” 그러면서 자연스레 시선을 강희천 쪽으로 흘렸다. 그는 자리에 단정히 앉아 있었다. 안색은 고요하고 차분했으며 눈빛에는 잠깐의 반응만 드러났다. 그러나 그 반응조차 흐트러짐 없이 절제되어 있었다. 사대부 자제라 하여도 그처럼 고른 기운을 가진 이는 드물었다. 강희천은 말없이 앉아 있었지만 그 자세 하나만으로도 그 품성과 단련된 수양을 드러내고 있었다. 김 대감은 저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오라비가 저리도 근신하고 반듯하니 그 집 규수 또한 허투루 자라진 않았을 것이다. ‘어머니의 눈썰미를 내가 괜히 믿어온 건 아니었으니. 다만...’ 그는 연회장 안을 슬쩍 훑었고 금세 표정이 구겨졌다. 보이고 싶지 않은 자리가 비어 있었던 것이다. 그는 조용히 고개를 돌려 일렀다. “정혁이는 또 어디 갔느냐. 당장 끌어와라.” ... 잠시 뒤, 김정혁이 술병을 손에 들고 나타났다. 입꼬리는 술에 절어 있었고 발걸음은 술기운에 절어 비틀거렸다. 김 대감은 많은 손님들 앞에서 차마 입을 떼지 못하고 억지웃음을 띤 채 말끝을 흐렸다. “셋째 놈이 풍류랍시고 세상 예를 벗어나는 걸 흠모하니 이런 자리에 저리 실례를 범하더라도 부디 웃어 넘겨주십시오.” 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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