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1화
신호윤은 은표를 두 장 더 꺼내 들고는 코웃음을 치며 소리쳤다.
“좋소, 두 장 더 얹겠소. 이로써 총 삼천 냥이니 모두 맞춘다면 전부 그대 것이오. 허나 만일 못 맞춘다면 그대 스스로 재주가 모자라다 인정하고 올해 가을 과거는 물리고 고향으로 돌아가시오. 삼 년간 글공부나 더 하고 경성 문턱을 넘으시오.”
그 말이 끝나자, 장내는 술렁이기 시작했다.
신호윤 옆에 있던 젊은 선비 하나가 다급히 그의 소매를 잡으며 속삭였다.
“형님, 너무 지나치십니다... 이렇게까지 몰아붙인다 한들, 저 강 선비를 망신 줄 수는 있어도 형님 댁에 돌아올 이로움이 뭐가 있겠습니까? 이러다 괜한 명망만 떨어집니다.”
분위기가 험악해지자 김 대감이 급히 나서며 웃으며 말하였다.
“이게 다 정혁이가 한가할 적에 써 본 장난일 뿐이오. 허튼 말이니 그리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마시오.”
그는 곧 책상 위에 놓인 화선지 몇 장을 손에 쥐고 치우려 했다.
그러나 그 순간, 강희천이 조용히 웃으며 손을 뻗어 그것을 가로챘다.
그는 아무 말 없이 화선지를 펼쳐 붓을 들어 단숨에 글을 써 내려갔다.
[글씨는 옛 법을 따르고, 붓끝엔 한림의 격조가 흐른다.]
[달은 엷고 바람은 잦고, 성벽 위 북소리에 마음도 따라 흐른다.]
[그대도 떠도는 이라면, 달 밝고 바람 맑은 초가 하나면 족하지 않겠는가.]
강희천이 글을 써내자, 김정혁이 곧장 화선지를 낚아채 들여다보았다.
그의 눈동자엔 금빛이 반짝였고 손끝엔 화선지가 파르르 떨렸다.
“‘어찌 이런 구절이 나올 수 있단 말이오. 저 한 문장에 그대의 학문이 모두 담겼구려.”
“대단하오. 나 김정혁, 감히 고개 숙이고 물러나겠소!”
김정혁이 건네준 화선지는 연회장 안을 돌며 젊은 선비들 사이에서 오갔고 여기저기서 감탄과 찬탄이 터져 나왔다.
그 순간, 신호윤의 얼굴은 천천히 붉어지기 시작했다.
핏기가 몰리며 귀까지 달아올랐고 참아내려던 표정이 어느새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강희천이 묵묵히 손을 뻗어 상 위의 은표 세 장을 가볍게 집어 조용히 품 안으로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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