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2화
“방금 길에서 수상한 무리에게 괜히 시비를 당했건만 다행히도 대군마마께서 나서 주신 덕에 간신히 벗어날 수 있었네.”
“원래는 대군마마를 모시고 동춘루에서 한 상 차릴까 하였지만 약속 시간이 급해 부득이 이리로 발걸음을 옮겼네.”
“마침 대군마마께서도 아직 식사를 하지 않으셨다 하시어 함께 들르시자 청했네. 실례가 많으니 부디 혜량해주게.”
윤희준은 손을 모아 예를 표하며 눈빛으로 간절히 사정을 청했다.
강희천은 더는 거절할 수 없었다.
윤희준이라면 공연히 체면을 차릴 사람이 아니란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가 이리 사정하는 데에는 분명 이유가 있으리라.
윤희준의 설명이 끝나기가 무섭게 이현익은 빠르게 하인을 불러 준비한 예물을 들여보냈고 그제야 온화한 웃음을 머금은 채 강희천을 향해 입을 열었다.
“사정이 급하여 괜스레 한 끼 술상을 더하였소. 때마침 새로 구운 연보랏빛 자기를 한 벌 얻었기에 강 선비의 새살림에 축하 겸 올려보오.”
“등나무꽃이 높은 가지를 타고 오르길 즐겨하니 이 길조에 의탁하자면 올가을 과거에서 모두들 높은 장원에 오르실 듯하오.”
그 말이 끝나자, 자리한 이들 모두 눈빛이 번뜩이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강신국에서 책 한 자 써내기 위해 손에 피가 나도록 연습하는 선비들에게 권력의 정점인 섭정왕이 직접 과거 운수를 점쳐준단 건, 실로 영광이었다.
비단 가을 시험을 앞둔 풋내기들뿐 아니라, 이미 벼슬을 한 관리들까지도 감히 한번 뵙기를 꿈꾸는 인물.
그런 인물이 지금 한낱 선비인 강희천의 집에 앉아 술까지 함께하고 있으니 오늘 이 자리가 얼마나 값진 줄, 누구보다 그들 스스로가 뼈저리게 알고 있었다.
‘강 형이 숨긴 게 너무 많았던 게지. 고작 집들이 잔칫상에 이런 분이 몸소 와주실 줄이야.’
공선우는 잽싸게 나서서 강희천을 대신해 예물을 받아 들고 취기가 올라 한껏 너스레를 떨며 이현익에게 말을 붙였다.
“대군마마께서도 참, 지나치게 격식 차리시는군요. 자, 이쪽이 상석이니 편히 드십시오.”
이현익은 가볍게 헛기침을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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