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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5화

찾아온 이는 바로 김정혁이었다. 며칠 전 연회가 끝난 뒤, 그는 김 대감에게 쫓기듯 내쳐져야 했다. 늦은 밤, 이미 잠자리에 들었던 김 대감의 어머니까지 연회에서 있었던 일을 전해 듣자, 문 앞에 걸어둔 문지방까지 집어 들고 뛰쳐나와 김정혁을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호되게 꾸짖었다. “강씨 댁에 당장 찾아가 사죄하지 않으면 앞으로 이 집 문턱은 꿈도 꾸지 마라!” 그리하여 김정혁은 그날로 쫓겨나듯 집에서 내쳐졌다. 강씨 남매에게 사죄받을 때까지는 돌아올 생각도 하지 말라는 명이 떨어진 셈이었다. 그리 허름한 꼴로 집에서 밀려난 김정혁은 실은 누구보다도 답답하고 괴로웠다. 그는 본래 성정이 유순하고 남에게 고운 말밖에 할 줄 모르던 사람이었다. 평생에 단 한 번, 자신이 귀한 집안의 자제라는 걸 내세워 제멋대로 굴고 기세로 사람을 꺾으려 했던 날이 하필 그날이었다. 그가 함부로 나선 자리가 강희천이라는 단단한 바위 앞이었다. 아니다. 단단한 돌 따위로는 감히 비유조차 안 될 인물이었다. 자신이 ‘처형’이라 부르겠노라 속으로 정했던 그 사람에게 그렇게 면박을 주다니. 지금 생각해도 입이 백 개라도 할 말이 없고 고개를 들 수가 없었다. 시간을 되돌릴 수만 있다면 김정혁은 차라리 그날 입을 꿰매고 나갔을 것이다. 입만 다물었어도 이 꼴은 안 봤을 텐데 말이다. 허나 세상에 그런 약이 있을 리 없다. 그날 이후, 그는 강씨 저택 인근의 조용한 별채를 빌려 머물며 사과의 뜻을 담은 예물들을 차곡차곡 준비했고 무슨 말로 사죄할지 백 번은 넘게 연습했다. 정작 강씨 저택 대문 앞에 다다르면 도무지 어떻게 발을 들여야 할지 몰랐다. 오늘도 마찬가지였다. 강씨 저택 안팎으로 사람들이 분주히 오가고 기척이 어쩐지 시끌시끌하다 싶어 종을 시켜 살짝 물어보니 오늘은 강씨 저택에서 지인들을 초대해 작은 잔치를 벌이는 날이라 했다. 한참을 담벼락 너머로 안을 들여다보며 자신이 준비한 사죄 예물들을 떠올리다가 한 걸음, 또 한 걸음을 마냥 머뭇거렸다. 강씨 남매의 기분을 망칠까 두려워 선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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