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6화
강청서는 오라버니의 냉정하고 강인한 옆얼굴과 눈 밑의 짙은 그늘을 보자 가슴이 미어지고 눈물이 핑 돌았다.
가을은 쓸쓸한 계절인데 하물며 비까지 내리니 더욱 마음이 아팠다.
그녀는 오랜 세월을 오라버니 곁에서 함께했다. 십 년 세월을 글만 붙들고 살아온 오라버니는 두 손엔 아무것도 없이 오직 책뿐이었고 그 긴 시간을 견디며 시력을 잃을 정도로 힘든 날들을 보냈다. 차디찬 현학에서부터 여기까지, 그는 한 계단 한 계단을 오르며 끝내 폐하의 발밑까지 다다랐다. 이제 마지막 관문만 넘으면 잉어가 용이 되는 순간이 올 것이다.
오라버니는 정말 고단한 길을 걸어왔다.
전생의 그녀는 왕부의 부귀영화에 눈이 멀어 회임한 몸으로 갇혀 지내느라, 오라버니의 과거 시험 날 머리가 터지도록 조아려도 오라버니를 배웅하지 못했다.
심지어... 오라버니께서 과거에 급제한 후에는 참혹한 죽음을 맞이하게 만들었다...
두 번의 생에서 가슴에 맺힌 한을 그녀는 이제야 풀 수 있게 되었다.
그녀는 따뜻한 손난로를 강희천의 손에 쥐여주고는 붉어진 눈을 보이지 않으려고 고개를 돌렸다. 하지만 울먹이는 목소리는 감출 수 없었다.
“도착해도 바로 내리지 마십시오. 진시가 돼야 시험장에 들어갈 수 있으니까. 밖에 바람도 차고 비도 많이 오는데 감기 들면 안 됩니다.”
“회시는 칠일 밤낮으로 치러지는데, 삼 일째 되는 밤에는 집에 돌아와 쉴 수 있으니, 그때 저와 미숙이가 마중 나가겠습니다.”
“음식을 담아 드린 이 식기는 동춘루에서 새로 나온 과거 시험용입니다. 음식도 많이 들어가고 다 먹고 나면 펼쳐서 칸막이로도 쓸 수 있게 만들어졌습니다.”
“오늘 비가 오니 마침 빗물이 튀는 것을 막아줄 수 있겠네요.”
“저도 과거 시험을 겪어 보지 않아 채점하는 분들의 규칙을 알지 못합니다만 아무래도 답안지를 가득 채우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강희천은 손난로를 받지 않고 도로 강청서의 손에 쥐여주고는 다정한 목소리로 말했다.
“난 몸에 열이 많아서 이런 것은 필요 없다. 네가 들고 있거라. 감기 들지 않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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