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화
함주원이 말했다.
“아직도 모르겠어? 여미주는 그냥 음탕하고 악독한 여자야. 오늘 아침에도 내가 딱 봤어. 애송이 하나 데리고 벨트 사러 가는 거. 둘이 얼마나 다정하던지. 이러다 네가 먼저 차이겠어.”
담배를 피우던 진우진이 멈칫하더니 눈빛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
함주원이 계속 재잘거렸다.
“그때 걔가 약 먹여서 자려 했던 남자가 네가 아니라 배...”
담배꽁초가 함주원의 얼굴에 날아갔다.
화들짝 놀란 함주원이 반응하기도 전에 진우진의 주먹이 오른쪽 볼에 꽂혔다.
방심한 탓에 함주원은 그대로 바닥에 나뒹굴었다. 입가가 금세 퍼렇게 부어오르며 피가 배어 나왔다.
진우진이 위에서 내려다보면서 구두로 그의 무릎을 꾹 밟았다. 두 눈에 무서운 살기가 담겨 있었다.
“한마디만 더 했다간 다리를 부러뜨리는 수가 있어.”
“...”
함주원은 더는 찍소리도 하지 못했다. 동시에 후회가 밀려왔다.
‘젠장. 여미주 그년 때문에 홧김에 나도 모르게 배석우 얘기를 꺼냈어.’
거실 공기가 무겁게 가라앉았다. 숨 막힐 듯한 저기압에 아무도 입을 열지 못하던 그때 정건하가 나섰다.
“됐어, 우진아. 주원이가 성격이 급해서 원래 생각 없이 아무 말이나 내뱉잖아. 여자한테 뺨 맞은 게 처음이라 홧김에 그런 거니까 너무 마음에 담아두지 마.”
진우진이 발을 떼고 다시 평소처럼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너 레이싱 클럽 오픈했지? 내가 200억 투자할게.”
병 주고 약을 줬다. 그런데 이런 방식이 함주원에게는 잘 먹혔다.
함주원은 벌떡 일어나 입이 귀에 걸릴 정도로 웃었다.
“역시 넌 날 친구로 생각하고 있어.”
이 소동은 그렇게 끝이 났다.
다만 문가희만 표정이 어두웠다.
어디서부터 잘못됐는지 갑자기 아무도 그녀에게 관심을 두지 않았고 여미주가 그녀를 괴롭힌 일도 다 묻혀버렸다.
문가희가 일부러 낮게 훌쩍였다. 젖은 앞머리에서 물이 뚝뚝 떨어졌고 얼굴이 백지장처럼 창백하여 더욱 가련해 보였다.
“주원 씨, 미주 언니 대신 내가 사과할게요. 나한테 화가 나서 그런 거니까 마음에 담아두지 말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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