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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화

그녀는 숨을 깊게 들이쉬고 시선을 돌렸다. 감정을 가다듬은 뒤에야 목소리가 차분해졌다. “남자라면 빨리 이혼해줘.” 진우진이 아직 흰색 캐리어를 들고 있어 빼앗으려 했다. 하지만 주먹을 너무 꽉 쥐어 빼앗지 못했다. “돌려줘.” 진우진은 손을 놓는 대신 발로 캐리어를 몇 미터 걷어차 버렸다. 쾅 하는 소리와 함께 캐리어가 벽 모서리에 부딪혔다가 내동댕이쳐졌다. 새벽의 고요를 찢어버린 그 소리가 하늘을 찌를 듯한 그의 분노를 대변했다. 진우진은 높이 우뚝 선 채 그녀를 내려다봤다. 목소리가 음산하기 그지없었다. “난 개라서 네가 한 말을 못 알아들어.” “...” 택시를 타고 라임 공항에 도착할 때까지도 여미주는 머리가 욱신거렸다. 싸움이라는 건 정말 기력과 신경을 동시에 갉아 먹는 일이었다. 하늘에선 가느다란 비가 내리고 있었다. 여미주는 우산도 쓰지 않고 하늘을 올려다봤다. 온통 잿빛으로 뒤덮인 하늘, 지금 그녀의 마음과 똑같았다. “오늘 날씨 때문에 비행기가 연착되겠네.” 혼잣말로 중얼거리며 캐리어를 끌고 공항 안으로 들어갔다. 걸으면서 이번 주 비행 일정을 확인했다. 오늘은 두 편이었는데 라임시와 아리아 왕복이었다. 비행 명단을 열었다가 익숙한 이름을 보고는 미간을 찌푸렸다. 8월의 첫 비행도 진우진이 기장이었다. ‘재수 없어.’ 여미주는 마음을 억지로 다잡고 객실로 향해 이륙 전 점검을 시작했다. “기상 데이터에 따르면 이륙 시간에 약한 비에서 강한 비로 바뀔 예정이라 한 시간 정도 연착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륙 후 항로는 대체로 안정적이나 모르반나 호수 상공을 지날 때 약한 난기류가 예상됩니다. 이 구간에선 기내식 배식 시간을 조정해야 할 것 같습니다.” 공항 회의실, 진우진이 기상 자료를 띄우고 하나하나 차분하게 지시를 내렸다. 그러고는 깊고 어두운 시선을 여미주에게 던졌다. 여미주는 정신을 딴 데 팔고 있는 듯했다. “사무장님, 객실 점검 상황은 어떠합니까?” 말투가 한없이 차가웠다. 여미주는 여전히 딴생각에 빠진 채 테이블만 내려다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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