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0화

문가희의 미소가 눈에 띄게 굳어졌다. 지석주를 처음 봤지만 그녀에 대한 적대심이 아주 강했다. “처음 뵙겠습니다만 저한테 무슨 오해가 있으신 거 아니죠?” 그러고는 여미주를 힐끗 보며 의미심장하게 덧붙였다. “누가 그쪽한테 저에 관한 얘기를 했나요? 왜 저를 싫어하시는 것 같죠?” 곽다연이 바로 끼어들었다. “당연히 여미주가 뒤에서 헛소리를 했겠죠. 여미주가 지석주를 얼마나 부려먹는지 모르죠? 가희 씨가 행복하게 사는 게 배가 아파서 저래요.” “퉤!” 지석주의 싸움 실력은 거의 국보급이었다. “우리 미주는 당신들처럼 뒤에서 험담하지 않아.” 여미주는 심기를 건드리는 사람이 있으면 앞에서 대놓고 말하는 성격이었다. 지석주의 시선이 문가희에게 향했다. “제 눈에 여우 탐지 레이더가 달려 있거든요. 싫어한다기보단 여우한테 생리적인 반감이 들 뿐이에요.” 문가희의 얼굴이 새빨개졌다. 낯가죽이 얇은 사람이라면 절대 지석주의 상대가 아니었다. 싸우기도 전에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해질 것이다. 지석주가 다시 몰아쳤다. “결혼 증명서 있냐고 묻잖아요. 있으면 보여줘 봐요.” 문가희가 꺼낼 리 있겠는가? 그녀가 넘어갈 방법을 생각하기도 전에 곽다연이 나서서 말했다. “네가 뭔데 보여줘야 해?” “평소에도 자랑질 잘하던데 결혼 증명서가 있었더라면 진작 올렸겠죠. 당신이 내연녀라는 걸 그냥 솔직하게 인정해요. 나중에 걸려서 망신당하지 말고.” 몇몇 여직원들도 문득 이상한 기분이 들어 입을 다물었다. 문가희는 자신이 진우진의 아내라는 걸 한 번도 입 밖에 꺼낸 적이 없었다. 이젠 곽다연도 말을 잇지 못했다. 문가희의 SNS를 모두 뒤져봤었는데 진우진에게 사랑받는 일상은 수도 없이 올렸지만 결혼 증명서는 없었다. ‘뭐지? 가희 씨가 내연녀라고 지석주가 아주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하던데 설마 가희 씨가 진 기장님의 아내가 아닌 거야?’ 곽다연의 시선도 문가희에게 향했다. 의심스러운 시선들이 쏟아져도 문가희는 덤덤한 표정을 지었다. “그 사람이 과시하는 걸 싫어해요. 일에 지장 줄까 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