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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화

나는 절대 혼자 죽지는 않는다. 캠퍼스 여신이 다이아몬드 반지를 건져달라며 나를 정화조에 밀어 넣으려 했을 때, 바로 폭탄을 꺼내 정화조를 통째로 날려버렸다. 부잣집 딸이 옥상으로 불러내 괴롭히려 했을 때, 그녀를 끌어안고 같이 뛰어내렸다. 그렇게 죽은 뒤, 나는 막장 소설 속으로 들어가 시련에 빠진 여주가 되었다. 시스템이 말했다. 정해진 명장면을 따라 남주의 ‘후회치’를 끌어올려 100%에 도달하면, 그가 뒤늦게 사랑을 깨닫고 애정 공세를 펼칠 때 현실로 돌아가 20억의 보상까지 받을 수 있다고. 시스템은 협박하듯 경고했다. “지금까지 다른 빙의자들은 불행을 맞이하기 싫어서 억지로 난동 부리고 도망치려다가 결국 이 세계에서 삭제됐어. 그러니까 절대 바보 같은 짓 하지 마.” 말을 마친 시스템은 마치 내가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즐길 준비라도 된 듯 의기양양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나는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신나게 고개를 끄덕였다. “걱정 마! 이렇게 좋은 일이 생겼는데 왜 도망가겠어?” 어차피 사람을 후회하게 만드는 건 내 전문이니까! ... 남주가 나더러 자기 첫사랑에게 줄 신장을 내놓으라고 했을 때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에이즈 바이러스를 주입했다. 수술실에서 막 나오는 순간, 역시나 남주의 분노 어린 고함이 들려왔다. “정나현, 너 미쳤어? 에이즈가 있으면서 왜 말을 안 해?” 나는 그를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머리 위에 떠 있는 ‘후회치’가 순식간에 40%까지 차올랐다. 그리고 속으로 음산하게 웃으며 시스템에게 말했다. “남주 후회시키는 방법이 꼭 하나만 있는 건 아니잖아? 내 신장 괜히 받았다고 생각하는 것 같은데?” 시스템은 펄쩍 뛰면서 소리쳤다. “안 좋은 일은 네가 당해야지, 남주를 골탕 먹이려고 하면 어떡해!” 나는 가뿐히 무시하고 눈앞에서 노발대발하고 있는 지상욱을 향해 진심 어린 표정으로 말했다. “나한테 물어본 적이나 있고? 안설아가 이 신장은 마음에 안 든대? 그럼 나머지 한쪽이라도 줄까?” 말을 마치고 일어나려는 순간, 지상욱이 내 목을 움켜쥐고 다시 침대에 눕혔다. 그리고 분노를 터뜨리며 외쳤다. “너 일부러 설아 엿 먹이려고 한 거지? 갑자기 웬 에이즈? 나 몰래 바람 피웠니?” 감염된 장기를 안설아에게 주려 했던 것보다 나한테 배신당했다는 사실이 그를 더욱 화나게 한 듯했다. 나는 눈물을 짜내며 울먹였다. “상욱아, 그게 무슨 말이야? 그때 널 구하려고 피를 팔면서 감염되어 에이즈에 걸린 거야. 어떻게 내 마음을 의심할 수 있어?” 지상욱은 잠깐 기억을 잃었는데, 내가 그 시절 이야기를 꺼내자 표정이 살짝 누그러졌다. 소설 설정에 따르면 당시 기억을 잃고 중병에 걸린 남주를 빚더미에 앉은 여주가 구해주었다. 남주를 치료하기 위해 여주는 약을 직접 실험해보기도 하고, 피를 팔기도 했으며, 자칫 순정까지 잃을 뻔하기도 했다. 남주에게 보여준 여주의 헌신은 그야말로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과거를 회상하자 지상욱은 눈살을 찌푸리며 내 목을 잡고 있던 손을 천천히 풀었다. “그래도 에이즈 걸린 사실을 숨기는 건 옳지 않아. 설아는 원래 몸이 안 좋은 데다가 너 때문에 이런 병까지 옮았잖아. 당장 사과해!”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 지상욱은 다소 당황한 듯했다. 내가 이렇게 순순히 동의할 줄은 예상하지 못한 모양이었다. 그동안 안설아와 난 물과 불처럼 얼굴 마주칠 때마다 팽팽하게 맞섰다. “잘못을 뉘우치지 않기만 해 봐!” 지상욱이 떠나자 시스템이 난리를 치기 시작했다. 머릿속에서 마구 소리를 질러대며 정해진 스토리 라인을 따르지 않는다며 호통쳤다. 나는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내가 스토리 라인 대로 안 따랐다는 증거 있어? 신장도 줬고, 지상욱도 후회했잖아. 아직 이 세계에서 멀쩡히 살아 있구먼, 네가 왜 난리야?” 그제야 시스템은 내가 아무런 벌칙을 받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처음 이 세계에 들어왔을 때 나는 시스템에게 물었다. “스토리 라인 대로 안 하면 어떻게 되는데?” 시스템이 피식 웃었다. 잠시 후, 강력한 전류가 내 몸을 관통했다. 온몸이 경련하듯 떨렸고, 심장이 입으로 튀어나올 뻔했다. “만약 스토리 라인을 따르지 않으면 이 세계의 규칙이 널 벌할 거야. 그때 전류는 지금보다 백 배는 더 세질 테니까.” 나는 가슴을 움켜쥐고 시스템을 향해 욕을 퍼부었지만 어쩔 수 없이 규칙을 지켜야 했다. “벌칙을 주지 않았으니 규칙상 허용된 거네. 내 기억이 맞는다면 사과도 명장면에 들어가는 거지?” 말을 마치고는 입꼬리를 올리며 일어나 옷을 입었다. 시스템은 내가 무슨 짓을 하려는지 몰라 겁먹은 듯 물었다. “또 무슨 꿍꿍이지?” 나는 음산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지상욱이 괜히 신장을 기증받았다고 했잖아. 나한테 사과를 요구한 것도 후회하게 해야지, 안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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