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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아니나 다를까 그 뒤로 두 달 동안 지상욱은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 내가 올린 사과 영상이 실시간 검색어를 장악했기 때문이다. [안설아 에이즈.] [안설아의 문란한 사생활.] 이 두 가지 검색어는 30분도 안 되어 모든 포털 사이트를 도배했다. 지상욱은 거액을 들여 검색어를 삭제하고 관련 기사를 내렸지만 오히려 역효과만 불러일으킬 줄은 몰랐다. 누군가는 그가 안설아와 몇 년간 썸을 탔다는 증거를 포착했고, 심지어 첫사랑을 위해 자기 아내의 신장을 기증하게 했다는 사실까지 들춰냈다. 기사가 뜨자마자 지산 그룹의 주가는 폭락했다. 이미지를 만회하기 위해 지상욱은 안설아의 커리어를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안설아와 친구일 뿐이라며 공개 선언하고 모든 화살을 그녀에게 돌렸다. 안설아의 연예계 생활은 그렇게 끝이 났다. 보상 차원에서 지상욱은 그녀를 집으로 데려왔고, 지씨 가문의 재정권까지 쥐여주며 집사 자리에 앉혔다. 시스템은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재정권을 넘겨주는 내용이 5년이나 앞당겨지다니...” 원작에서도 안설아가 권력을 장악하는 내용이 있긴 했다. 하지만 몇 년 뒤의 이야기였고, 스스로 먹칠해서 앞날을 망치는 설정이었다. 당시 지상욱은 그녀가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모든 돈을 맡겨서 관리하게 했다. 그런데 내가 뜻밖에 이 전개를 한참이나 앞당긴 것이다. “뜻밖이 아니지?” 시스템은 두 손 두 발을 들었다. “처음부터 이미 계획한 거잖아. 안 그래?” 나는 웃기만 할 뿐 묵묵부답했다. 안설아가 집에 온 이후로 사사건건 트집을 잡았다. 제일 먼저 우리 엄마를 일반 병실로 옮겼다. 지출을 줄여야 한다는 이유였다. 그리고 내 전용 기사를 해고하고 용돈을 하루에 만 원씩 줬다. ‘서민 생활 체험’이라는 명목이었다. 나는 군말 없이 따랐다. 심지어 우리 엄마의 생명을 연장해주는 약까지 끊었을 때는 웃으면서 당연하다고 말했다. 시스템이 참다못해 물었다. “갑자기 개과천선이라도 한 거야? 왜 이렇게 고분고분해?” 나는 느긋하게 받아쳤다. “기다려 봐. 이 소설에서 제일 중요한 반전, 벌써 까먹었어?” 시스템은 생각에 잠겼다. “안설아가 재정권을 장악한 뒤, 사람을 시켜 네 엄마를 차로 들이받게 하고 응급처치 중에 의료비를 내주지 않아 결국 돌아가게 했지. 넌 마음이 식어서 떠나고 지상욱이 후회막급하며 다시 찾아다니는 내용이잖아.”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마 요 며칠 안에 일어날 거야.” 시스템은 어안이 벙벙했다. “너 설마...” “맞아.” 나는 피식 웃었다. “무대는 내가 이미 다 세팅해놨거든? 이제 안설아가 나설지 말지 문제야.” 물론 그녀가 뒤로 빠질 일은 없다. 나를 지씨 가문에서 쫓아내고 싶어 안달인 사람이니까. 이틀 뒤, 병원에서 전화가 걸려 왔다. “네?” 나는 숨을 헉하고 들이켰다. “교통사고요? 그럴 리가... 지금 당장 돈 찾아서 갈게요.” 전화를 끊고 나서 안설아를 찾아가 떨리는 목소리로 애원했다. “설아야, 우리 집안에 교통사고 당한 사람이 있는데 지금 응급실에 실려 갔대. 급하게 돈이 필요해서 먼저 좀 주면 안 될까?” “알았어.” 안설아는 만 원을 꺼내 내 손에 쥐여주었다. “얼른 가봐. 한시라도 지체하면 안 되잖아.” 나는 손에 든 지폐를 내려다보았다. “만 원만 주면 어떡해?” 안설아가 환하게 웃었다. “하루에 만 원씩 받기로 했잖아. 규칙인데 벌써 잊었어? 부족하면 내일 다시 와서 가져.” 나를 일부러 골탕 먹이려고 하는 말이라는 것을 눈치채고 두말없이 무릎을 털썩 꿇었다. “설아야, 농담하지 마. 병원에서 돈이 없으면 응급처치 못 해준대. 조금만 더 줘. 교통사고 당한 사람이 누군지 알아? 바로...” 하지만 말이 끝나기도 전에 그녀가 끼어들었다. “교통사고 나면 다 똑같은 레퍼토리지, 뭐. 땅 파면 돈이 나오나? 만약 다들 너처럼 편의를 봐주면 내가 이 집안을 어떻게 관리하겠어?” 어차피 돈을 받아내긴 글렀는지라 나는 휴대폰을 꺼내 지상욱에게 전화를 걸었다. “상욱아, 엄마가 교통사고 났대. 지금 응급실에 있는데 돈이 없어서 치료를 못 받아. 안설아가 돈을 안 줘. 제발 얘기 좀 잘해서 치료비라도 주게 하면 안 될까? 사람 목숨보다 중요한 건 없잖아.” 잠시 침묵하던 지상욱은 안설아를 바꿔 달라고 했다. 나는 서둘러 휴대폰을 건네주었다. 그녀의 목소리가 한결 누그러졌다. “오빠, 내가 봐주기 싫은 게 아니라 규칙을 세우자마자 깨는 건 좀 아니잖아요. 그렇게 되면 밑에 사람들도 내 말 안 들을 거예요. 오빠가 언니 아끼는 걸 알지만 나도 입장은 지켜야 하거든요.” 지상욱이 뭐라고 대답했는지 알 수 없지만, 안설아는 입꼬리를 올리며 의기양양한 미소를 지었다. 이내 다시 휴대폰을 건네주었다. “오빠가 바꿔 달래.” 나는 휴대폰을 받아 들었다. 휴대폰 너머로 짜증이 섞인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나라에 법이 존재하는 것처럼 집안도 규칙이 있기 마련이야. 설아가 이제 막 재정권을 맡았으니 위신을 좀 세워야지, 이번에 너만 특별 대우해주면 앞으로 우리 집에서 어떻게 자리 잡겠어? 수술비는 조금 늦게 보내도 괜찮잖아. 병원에서 설마 환자를 나 몰라라 하겠니?” 나는 버럭 소리를 질렀다. “지상욱, 너 미쳤어? 응급 상황이라 일분일초가 시급하다고! 진짜 아예 신경 안 쓸 거야? 나중에 후회나 하지 마.” “후회?” 지상욱이 냉소를 지었다. “며칠 전 네가 병원에서 그렇게 큰 사고를 쳤는데도 아직 제대로 따지지 않았거든? 이번엔 설아가 화 풀릴 때까지 기다려. 기분 좋아지면 돈 보내줄 거야. 얌전히 있어, 괜히 난동 부리지 말고.” 전화는 매정하게 뚝 끊겼다. 나는 안설아를 노려보며 욕설을 내뱉고 자리를 떠났다. 그리고 집을 나선 다음 병원으로 향했다. 돈도 없는 데다 임설아가 이미 병원에 연락을 취한 상태라 도착하자마자 바로 사망진단서를 손에 쥐게 되었다. 서류를 내려다보는 순간 입꼬리가 살짝 떨렸다. 물론 소설 속 등장인물에 불과했지만 그래도... 이때, 시스템이 끼어들었다. “좀 작게 웃어줄래?” 나는 애써 참으려 했으나 실패했다. “미안, 이따가 일어날 일을 생각하니 도무지 참을 수가 없네.” 시스템은 이제 나한테 완전히 적응한 듯했다. “그래서 계획이 뭐야?” 나는 손에 든 사망진단서를 움켜쥐고 택시를 잡았다. “더러운 연놈을 찾아가서 시비를 따져야지.” 별장에 도착하자 나는 곧장 안설아를 찾아갔다. 그녀가 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대뜸 따귀를 날렸다. “이 썩을 년아! 다 너 때문에 엄마가 결국 치료 못 받고 죽었잖아. 이제 만족해?” 안설아를 때리자마자 방금 집에 도착한 지상욱이 놀라서 뛰어왔다. 이내 부랴부랴 달려와 그녀의 앞을 가로막더니 나를 손가락질하며 윽박질렀다. “손찌검은 왜 해! 너희 엄마가 설아 때문에 죽은 건 아니잖아? 운이 없어서 먼저 간 걸 어쩌라고? 우리 돈 보내려고 했는데 네 엄마가 못 버틴 거지, 그걸 누구 탓을 해?” 나는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그의 뺨을 때리며 버럭 외쳤다. “그게 사람 입에서 나올 소리야? 그리고 우리 엄마가 아니라 너희 엄마 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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