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2화

“저, 저기...” 서하영은 아우성치는 몸을 견디며 힘들게 입을 열었지만 꿈속에 갇힌 것처럼 생각은 많은데 말이 나오지 않았다. 임도윤은 살짝 몸을 숙여 그녀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뭐라고요?” “가, 가요!” 서하영은 초조함에 목소리까지 떨렸다. 혹여 자신이 남자에게 달려들까 두려웠다. ‘왜 이 사람이 여기에 있어? 희연이는 왜 안 와? 이용진이 대체 술에 뭘 탄 거야!’ 조금 머금고 있었을 뿐인데도 이렇게 됐다. 임도윤이 고개를 돌려 여자를 바라보았다. 가까이 다가가서야 상태가 이상함을 알아차리고 눈을 가늘게 떴다. “술에 취한 게 아니라 누가 약을 탄 거예요?” “신경... 꺼요!” 서하영은 단호한 표정이었지만 목소리엔 힘이 하나도 없었다. “그만해요!” 남자가 낮게 윽박지르며 그녀의 얼굴을 만지려고 손을 뻗었다. 서하영은 피하려 했지만 몸이 통제되지 않아 남자의 품에 머리를 박았다. 임도윤은 고민도 하지 않고 그녀를 받아들였다. 눈을 감은 채 반쯤 의식을 잃은 모습이었고 몸은 뜨거운 게 이상한 걸 먹은 모양이었다. 어두운 눈동자로 건너편 블루 시티의 화려한 조명을 돌아보고는 싸늘한 표정을 지은 채 여자를 안고 성큼성큼 걸어 나갔다. 서하영을 뒷좌석에 눕힌 뒤 안전벨트를 매고 임도윤은 휴대폰을 꺼내 저택 가정의에게 전화를 걸었다. 은 의사는 임도윤의 설명을 듣고 조심스럽게 물었다. “먹은 것이 무엇인지 아세요?” 임도윤은 뒷좌석에서 몸을 비트는 서하영을 돌아보며 그녀가 대답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차분히 말했다. “확실하진 않아요.” “이런 상황에는 두 가지 해결 방법이 있어요. 하나는 관계를 맺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병원에서 위세척하는 거죠. 하지만 위세척은 보통 약효가 발현되기 전에 하는 거라 지금 가도 별 소용이 없어요.” “사람이 죽을 수도 있나요?” 임도윤이 평온한 목소리로 묻자 은 의사가 답했다. “해외에서 사망 사례가 있지만 구체적으로 얼마나 먹었는지에 따라 다르죠.” 임도윤은 짜증스럽게 말했다. “남녀가 함께 자는 것 말고 고통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