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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화

동생의 그 충격적인 고백은 마치 가장 날카롭고 예리한 열쇠처럼, 정이현이 그동안 끝내 외면하고 죽어라 억눌러왔던 감정의 빗장을 단숨에 틀어 열어버렸다. 몇 달 동안, 그는 이유를 알 수 없는 불안과 초조함에 시달려왔다. 사소한 일에도 쉽게 짜증이 치밀었고 마음은 늘 들쭉날쭉했다. 그러나 그는 그 모든 감정을 그저 ‘혼란’이라거나 ‘익숙했던 일상에서 벗어난 불편함’쯤으로 치부하며 외면했고 스스로를 달래듯 애써 합리화하며 진짜 감정과는 마주하려 하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 그 모든 감정이 한꺼번에 거대한 파도처럼 휘몰아치며 가슴 깊은 곳에서 터져 나왔다. 그리고 마침내, 감춰져 있던 진실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것은 질투였다. 그는 어쩌면 아주 오래전부터 예우미에게 마음이 흔들리고 있었던 것이다. “언제부터였을까.” 그녀와 ‘연인’ 흉내를 내며 함께했던 그 지난 2년, 그의 일상에 스며들던 그녀의 조용한 배려와 섬세한 손길에서였을까. 아니면 상처를 받아도 끝내 울지 않고 그저 고개를 숙인 채 묵묵히 견뎌내던 그 눈빛 속에서였을까. 혹은 더 오래전, 농구장 한쪽에서 놀란 듯 그를 올려다보던 바로 그 첫 순간부터였는지도 몰랐다. 하지만 그는 자존심과 십수 년 이어온 박경하에 대한 습관 같은 집착과 책임감이라는 이름의 자기기만 속에서 그 감정을 외면했고 더 나아가 가장 잔인한 방식으로 짓밟았다. 그녀를 수단으로 이용했고 발판 삼아 더 높은 곳으로 오르려 했으며 결국엔 그녀를 절벽 끝으로 몰아세우고 심지어 자신의 동생 손에 넘겨버리기까지 했다. “윽...” 정이현은 갑작스레 심장을 움켜쥐었다. 늦게 찾아온 통증이 날카로운 바늘처럼 그의 가슴을 찔렀고 그는 거의 몸을 반쯤 접은 채 고통을 삼켜내야 했다. 그는 이제야, 너무 늦게야 깨달았다. 그리고 그 대가는, 상상 이상으로 컸다. 그날 밤, 정이현은 한순간도 잠들 수 없었다. 새벽이 지나고 첫 햇살이 커튼 사이로 스며들 때까지 그는 그 자리에 꼼짝하지 않고 앉아 있었다. 차가운 햇빛이 날카로운 그의 옆얼굴을 비추었고 눈가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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