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9화
그녀가 처음으로 그를 향해 호신용 스프레이를 들이댔던 그 순간, 정이현은 그 자리에서 완전히 굳어버렸다.
그의 눈동자엔 믿기 힘들 만큼 깊은 상처와 절망이 스쳐 지나갔고 한동안은 몸조차 제대로 움직이지 못한 채 얼어붙은 듯 서 있었다.
반면 정윤재는 점점 더 극단의 끝으로 치닫고 있었다. 어떤 날엔 무릎을 꿇은 채 울부짖으며 용서를 구했고 스스로의 뺨을 때려가며 얼마나 그녀를 사랑하게 되었는지, 얼마나 깊이 후회하고 있는지를 온몸으로 토해냈다.
그러나 또 어떤 날엔 그녀의 차가운 시선 하나에도 이성을 잃고 폭주했다. 손에 잡히는 대로 던지고 부수며 그녀가 다른 남학생과 평범한 대화를 나누는 자리에도 불쑥 나타나 거칠게 그녀의 팔을 붙잡고 끌고 갔다.
주변 사람들은 경악했고 그 장면을 목격한 누군가는 비명을 질렀으며 결국 경찰이 출동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정윤재는 점점 더 망가져 갔다.
급기야 그는 집안의 권력을 동원해 학교에 압력을 넣었고 그녀의 집주인에게까지 협박을 가했다.
그녀가 의지할 수 있는 모든 인간관계, 모든 도망칠 수 있는 출구들을 하나하나 끊어가며 그녀를 고립시키려 했다.
그 와중에 두 형제는 서로를 자신에게 닥친 가장 큰 장애물로 여겼다.
정이현은 사람을 붙여 정윤재를 감시했고 그가 예우미 근처에만 모습을 비치면 언제나 ‘우연을 가장한’ 방식으로 그를 가로막았다.
반대로 정윤재는 형이 보내는 꽃과 선물들을 모조리 망가뜨렸고 형이 그녀에게 다가가 말을 걸려 할 때면 일부러 큰 소음을 만들어 상황을 망치곤 했다.
이 기괴하고 숨 막히는 싸움은 예우미에게 설렘도 우월감도 아닌, 오직 진절머리 날 만큼의 혐오와 몸서리치는 공포만을 남겼다.
그들이 느끼는 건 사랑이 아니었다.
그건 병든 집착과 끝없는 소유욕, 그리고 서로를 향한 뒤틀린 투쟁이었다.
그래서 그녀는 오직 자신만의 힘으로 이 지옥에서 벗어나기로 결심했다.
그녀는 공부에 매달렸다. 밤을 새워 과제를 해냈고 모든 과목에서 A를 받아냈다.
장학금을 따냈고 경제적 독립을 위해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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