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4화

병실 안 강준혁을 쫓아내보낸 뒤, 안신혜는 진통제와 마취제의 영향으로 하루 종일 깊은 잠에 빠져 있었다. 그렇게 시간은 흘러 어느덧 깊은 밤, 병실의 정적을 깨고 송승현이 급히 찾아왔다. 그는 막 ‘천궁’의 여주인공 자리가 안재희에게 돌아갔다는 소식을 접하고는 그대로 병실로 달려온 것이었다. “오늘 안재희 씨가 으스대며 노블 엔터에서 아주 난리를 치지 않았더라면 저도 이 사실 몰랐을 거예요.” 송승현의 날 선 말에 옆에 있던 송하영은 비웃듯 혀를 찼다. “겨우 배역 하나 따낸 주제에 조용히 넘어갈 리가 없지. 아주 설쳐대고 있더라니까.” 그 말에 송승현은 다시 안신혜를 바라보며 진지한 눈빛으로 조심스럽게 물었다. “안신혜 씨, 혹시 강준혁 대표와 무슨 안 좋은 일이라도 있으셨던 건 아니죠?” 묘한 분위기에 잠깐의 정적이 흘렀고 송하영이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대신 대답했다. “그건 말하자면 좀 긴데, 내 생각엔 이번 일은 강 대표님과는 상관없을 거야.” 실제로 오늘 강준혁이 병실을 떠나기 전 남긴 말 속에는 누구라도 알아차릴 수 있을 정도로 안신혜를 보호하려는 의도가 분명히 담겨 있었다. 송승현은 고개를 천천히 끄덕이며 한층 조심스러운 말투로 다시 물었다. “그럼 혹시 이 영화 건은 강산 그룹 쪽과 다시 협상 여지가 있는 건가요? 지금 노블 엔터 전체가 강 대표 눈치 보느라 안신혜 씨를 복귀시키는 걸 선뜻 결정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안신혜는 눈을 감고 잠시 생각에 잠겼다. 솔직히 말해 그녀에게 ‘천궁’이라는 작품이나 그 주인공 자리는 중요한 문제가 아니었다. 그녀가 진심으로 경계하고 신경 쓰는 건 그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훨씬 더 큰 파급 효과였다. 귀국하기 전부터 세심하게 계획하고 준비해 온 판이었고 그 모든 설계의 중심에서 단 하나, 변수가 되는 인물이 있다면 바로 강준혁이었다. 안씨 가문과 안재희에게 반격을 가한다면 강준혁도 반드시 움직일 것이었다. 그렇다면 그녀에게 주어진 선택지는 오직 둘 중 하나였다. 안씨 가문과 강준혁 사이의 연결고리를 끊