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2화
강준혁의 노골적인 모욕은 숨길 생각조차 없어 보였다.
안신혜는 가느다란 어깨를 잔뜩 긴장시키며 진지하게 대응했다.
“강준혁, 우리가 전에 체결한 계약에는 이런 건 없었어.”
“하지만 계약에 이런 게 포함되지 않는다고는 하지 않았어.”
강준혁의 말에 안신혜는 말문이 막혀 순간 당황했다.
이건 절대 허락할 수 없는 일이었다.
강준혁은 말없이 날카로운 시선으로 안신혜를 응시했고 안신혜 얼굴의 미세한 표정 변화조차 놓치지 않았다.
강준혁은 콧방귀를 뀌며 마지막 지푸라기를 꺼냈다.
“할 수 없다면 그 계약은 무효야. 1분 줄게, 얼른 우경 정원에서 꺼져.”
안신혜의 머릿속은 하얗게 비워졌다.
“그럴 순 없어!”
딸과 단 한 발짝 차이인 지금 안신혜는 쉽게 포기할 수 없었다.
강아름 곁에 남아야 한다는 강렬한 욕망이 모든 걸 덮어버리자 안신혜는 입술을 꼭 다물고 눈빛에 결연한 용기를 담았다.
그러고는 부드러운 입술을 거의 터질 듯 깨물며 가까스로 대답했다.
“좋아.”
강준혁의 눈동자가 순간 움찔하며 수축했고 낯선 기색이 스쳤다.
그러나 금세 그 흔적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고 강준혁은 더 차갑고 비아냥거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럼 네 성의를 보여봐. 내가 확인하게.”
무시당하고 모욕받는 기분이 더욱 선명해지자 안신혜는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
강준혁의 서늘하고 위압적인 시선 앞에서 안신혜는 도저히 고개를 들 수 없었고 심장은 터질 듯 요동쳤다.
안신혜는 한 발짝 내디디며 천천히 강준혁에게 다가갔다.
그 걸음걸이는 마치 천군만마가 부딪치는 전쟁과도 같이 진지했고 묵직했다.
강준혁은 그 모습을 보며 잘생긴 눈썹을 미세하게 찌푸렸다.
이상하게도 안신혜가 가까워질수록 강준혁은 심장이 어긋나듯 박동했다.
마침내 강준혁의 넓은 테이블 뒤에 선 안신혜는 강준혁의 눈을 감히 바라보지 못했다.
안신혜의 떨리는 가냘픈 어깨가 지금 그녀의 마음을 말해주고 있었다.
안신혜는 오만과 날카로움을 모두 거두고 무력하고 온순하게 고개를 숙였다.
그 순간 강준혁의 시야에 들어온 건, 안신혜의 가녀린 목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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