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3화
최주원은 태연하게 말했지만 여전히 침울한 표정으로 아무 말도 하지 않는 손아윤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부모님 제사 지내고 싶지 않아?”
그 말에 그녀의 텅 빈 눈동자에 파문이 일었다.
기쁨이 아니라 경계심이었다.
“또 무슨 짓을 하려고요?”
“최씨 가문 제사가 끝난 뒤에 당신 부모님 제사를 챙기지 못한 게 마음에 걸렸어. 늦었지만 하려고.”
그는 넓고 따뜻한 손바닥으로 그녀의 허리를 쓰다듬으며 진지하게 말했다.
손아윤은 그가 진심으로 제사를 올리고 싶어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았지만 그녀 역시 부모님의 제사를 챙기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네.”
대답한 뒤, 그녀는 그의 몸에서 일어나려 했다.
“돌아왔으니 이제 저녁 식사 준비하러 가야겠어요.”
막 일어서려는 순간, 그는 그녀를 다시 붙잡아 눌렀다.
“급할 거 없어. 며칠 동안은 안 해도 돼.”
“저한테 휴가를 준다는 거예요?”
그녀는 그의 안색을 살피며 작은 변화도 놓치지 않으려 주의를 기울였다.
“살도 안 찌는데 계속 그렇게 힘들게 일만 하면 다른 사람들이 내가 널 학대한다고 생각할 거 아니야.”
최주원은 농담조로 말했다.
“좋아요. 그렇게 말하니 사양하지 않겠어요.”
게으름을 피울 기회 앞에서 소처럼 일하길 원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계속 이렇게 하루 종일 안고만 있을 거예요?”
“이렇게 앉아 있지 않으면? 나한테 뭘 기대하는 거야?”
최주원은 깁스를 한 발을 가리키며 능글맞게 말했다. 그리고 웃는 듯 마는 듯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덧붙였다.
“급해하지 말고 조금만 더 참아.”
손아윤은 그의 뻔뻔한 말에 얼굴이 붉어졌다.
무의식적으로 시선이 문 쪽으로 향했지만, 아무도 없었다.
최주원은 아무렇게나 탁자 위에 놓인 태블릿을 집어 들고 화면을 켰다. 화면에는 최신 드라마 영상이 멈춰 있었다.
그는 곧 시청 기록을 확인했다.
닷새 동안 그녀는 이 드라마 한 편만 보고 있었다.
대부분의 시간은 SNS를 하는 데 쓰고 있었다.
시선이 오늘 막 올라온 경찰 공고로 향하자 그는 음침한 눈빛으로 그녀

Locked chapters
Download the Webfic App to unlock even more exciting content
Turn on the phone camera to scan directly, or copy the link and open it in your mobile browser
Click to copy lin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