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8화
그 말을 남기고 심유준은 누구보다 빠르게 앞장서 걸어갔다. 꼭 뒤에서 뭔가 더러운 거라도 쫓아오는 사람처럼 말이다.
‘제기랄!’
임다인은 주먹을 불끈 쥐었고 지금 당장 달려가서 심유준에게 뺨 한 대 갈기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녀는 이제 심유준마저 자기 손아귀에서 벗어나려는 것 같아 더 짜증이 났다.
연회장 안에서 성시완이 심하윤을 바라보며 조심스럽게 물었다.
“몸은 괜찮아? 혹시 어지럽거나 그런 거 없어?”
심하윤은 잔잔한 미소를 머금은 채 고개를 천천히 저었다.
“괜찮아. 지금 이 분위기가 난 마음에 드는데? 어차피 오늘은 우리가 주인공도 아니니까 조용히 구경만 하자. 괜히 눈에 띄는 것도 피곤하니까.”
“푸흣.”
그때 바로 옆에서 누군가가 웃음을 터뜨렸는데 둘의 대화를 몰래 엿듣고 있던 우혁이었다.
심하윤과 성시완은 동시에 고개를 돌려 딱딱한 표정으로 우혁을 바라봤고 눈빛엔 ‘꺼져’라는 말이 대놓고 담겨 있었다.
두 사람의 시선이 동시에 꽂히자 우혁의 표정도 점점 얼어붙었고 그는 어색하게 손을 들어 보이며 변명했다.
“그게... 저 진짜 들으려고 한 건 아니었는데...”
심하윤은 웃는 얼굴로 물었다.
“우혁 씨, 언제 왔어요?”
“...”
우혁은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몰라서 헛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하윤 씨, 저 마침 지나가던 길이었어요. 진짜 우연히요. 그리고 저도 사실 오늘 구경하러 온 사람이에요. 우리 같은 편 아닙니까?”
“같은 편이요?”
심하윤은 작은 목소리로 되물으며 그를 올려다봤고 우혁은 쿨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요. 우리 둘 다 ‘관객’이잖아요.”
심하윤은 피식 웃음을 흘렸다.
“하지만 우린 서로 다른 연극을 보기 위해 온 거잖아요. 전 심씨 일가가 펼치는 쇼를 보러 온 거고 우혁 씨는 제가 심씨 일가랑 부딪히는 장면이 궁금해서 온 거잖아요?”
그녀의 눈빛엔 경멸이 서려 있었고 속마음을 들켜버린 우혁은 민망하게 웃으며 말했다.
“제가 아무것도 몰랐다고 하면 믿어줄래요?”
그러자 심하윤은 차갑게 받아쳤다.
“우혁 씨, 제가 그렇게 바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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