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3화
금세 두 사람은 다시 결혼식 무대 위로 올라갔다.
이번 결혼식은 이상하리만큼 순조로웠다.
사회자가 하정현에게 물었다. 눈앞의 여자를 아내로 맞아 검은 머리 파뿌리가 될 때까지 결코 떠나지 않겠느냐고.
“네.”
하정현은 망설임 없는 대답 했고 장내는 박수로 뒤덮였다.
박수가 가라앉자 사회자는 같은 질문을 지연우에게 던졌다.
지연우는 사회자를 보지 않고 하정현에게 달콤하게 웃었다.
분명히 진심 어린 미소였지만, 그 순간 하정현의 가슴에는 거친 불안이 밀려왔다.
그녀가 내놓을 대답을 자신이 견딜 수 없을 것만 같았다.
찰나, 그는 차라리 그녀가 입을 열지 않기를 바랐다.
그러나 아직 그가 한마디도 못 꺼냈는데 지연우가 먼저 입을 열었다.
“아니요.”
그녀의 목소리는 한 음절 한 음절 또렷했다.
지승호는 물론 객석의 하객들도 똑똑히 들었다.
짧은 정적 후, 홀 안은 곧 아수라장이 됐다.
하정현은 몸이 굳은 채 창백한 얼굴로 그녀를 바라봤다.
“연우야, 너 뭐라고 했어?”
“하정현, 난 너랑 결혼 안 해. 예전에도, 앞으로도 너랑 결혼할 일은 없어. 나는 영원히 널 미워할 거거든.”
지연우는 그의 손을 확 놓고 한 걸음 뒤로 물러났다.
그 한 걸음은 날카로운 칼날처럼 그의 가슴을 찔렀다. 몸을 세우고 있는 것조차 버거울 정도였다.
바로 그때 닫혀 있던 문이 열리더니 플래시를 터뜨리는 기자들이 미친 듯이 몰려들었다.
그들은 마이크를 그의 입에 들이대고 질문을 퍼부었다.
“약혼녀를 두고 왜 다른 여자에게 정성을 쏟았습니까?”
“마음이 변해 강유림 씨를 사랑하게 된 건가요?”
“강유림 씨의 민낯이 드러나지 않았으면 오늘 신부 자리에 선 사람은 다른 사람이었겠죠?”
거센 질문 공세에 지승호마저 얼굴이 새하얗게 질려 말문을 잃었다.
그는 과거 기자들에게 포위된 지연우를 떠올리며 비로소 그녀의 고통을 절감했다.
그러나 지연우는 아직 부족하다는 듯 웨딩 플래너에게 신호를 보냈다.
곧 하정현 뒤편의 대형 스크린이 켜지고 단체 채팅방 캡처가 반복 재생됐다.
하정현과 지승호가 강유림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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