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2화
하재호가 잠깐 얼굴을 비췄을 뿐인데 룸 안의 공기가 확연하게 달라졌다.
아까까지만 해도 강유진을 곤란하게 만들던 사람들마저 이제는 동정 어린 눈길을 보냈다.
하지만 강유진은 곧 마음을 다잡고 다시 몇몇 사람들을 설득하며 자신의 프로젝트에 투자를 권했다.
물론 술은 피할 수 없는 것이었다.
그들은 조금 전처럼 대놓고 괴롭히지는 않았지만 은근하게 괴롭히는 방식으로 강유진을 압박했다.
한 잔으로 끝날 술을 세 잔으로 늘려 마시게 했다.
아무리 강유진의 술이 세다고 해도 열 명을 상대로 혼자 버티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결국 중간에 그녀는 화장실로 달려가 한참을 게워냈다. 더는 게워낼 게 없어 위액만 나올 정도로 말이다.
완전히 지쳐버린 강유진은 그대로 변기 위에 앉아 미리 챙겨온 요구르트를 꺼내 쓰라린 위를 달랬다.
이런 건 예전에 접대 자리에서 쌓은 생존의 노하우였다.
웃기게도 이런 요령을 가르쳐준 사람은 다름 아닌 하재호였다.
그 시절 그녀가 하재호 대신 술을 마시다가 토하게 되면 하재호는 그녀가 다시 술을 마실 수 있도록 온갖 방법을 동원해 도와주었다.
어쩔 땐 정말 버티지 못해 화장실 바닥에 그대로 쓰러지기도 했다.
그럴 때면 하재호는 만취한 그녀를 부축해 데리고 나갔다.
그렇게 몇 해를 버텨왔던지라 자신이 얼마나 마실 수 있는지, 어디까지 버틸 수 있는지 잘 알고 있었다.
언제쯤 빠져나와야 하는지도 정확히 계산했다.
속이 조금 나아져 칸막이 문을 나서자마자 낯익은 얼굴과 마주쳤다. 그 사람은 바로 화랑홀딩스 민 대표의 비서 지서혜였다.
예전에 프라임에서 주최한 축하 파티에서 한 번 만난 적이 있었다. 그때 하재호가 강유진에게 민 대표와 함께 술을 마시라고 한 적이 있었다.
“어라, 강 비서님도 오셨네요? 아까는 어디에 있었어요? 전 정말 비서님을 못 봤어요.”
지서혜는 강유진을 보자 놀라며 말을 걸었다.
강유진은 잠시 멈칫하더니 담담하게 물었다.
“민 대표님도 여기 계세요?”
“그럼요. 하 대표님이 저희 대표님을 여기로 부르셔서 프로젝트 이야기 중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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