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5화

마음의 빈자리는 시간이 지나며 천천히 메워질 수 있었지만 몸에 남은 상처는 영원히 회복되지 않았다. 강유진은 침대에 웅크린 채 몽롱한 정신으로 고통을 버텼다. 다행히 진통제가 효과를 발휘해 서서히 복통이 가라앉았지만 몸은 여전히 차갑기만 했다. 그 냉기는 그녀를 다시 빗속의 그날 밤으로 끌어갔다. 굳게 닫힌 대문, 머리 위를 가려주던 검은 우산, 진흙탕 속에서 자신을 끌어내던 손이 생생히 떠올랐다. 그러다 갑작스러운 노크 소리에 강유진은 벌떡 일어나 잠에서 깼다. 텅 빈 방은 조금 전의 장면이 단지 꿈이었음을 일깨워주었다. 그러나 다시 전보다 훨씬 거세게 문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마치 그녀의 관자놀이를 두드리는 듯 거칠고 불쾌한 울림이었다. 강유진은 시계를 확인했다. 밤 열두 시가 훌쩍 넘은 시각이었다. ‘이 늦은 시간에 누구지?’ 바로 그때, 옆에 놓인 휴대폰이 요란하게 울렸다. 화면에는 ‘공짜로 잘 수 있는 남자’라는 단어가 번쩍였다. 잠결에 강유진은 순간 멍해졌다. 예전에 하재호에게 시달리던 분노로 그의 번호를 그렇게 저장해둔 것이었다. 곧 문밖에서 들려오는 익숙한 목소리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문 열어, 강유진!” 마치 밤중에 짖어대는 개처럼 고압적인 목소리였다. 강유진은 무시하고 이불을 덮어쓰려 했지만 하재호의 두드림은 점점 더 거칠어졌다. 이웃들이 나와 항의하는 건 시간문제였다. 결국 강유진은 마지못해 현관으로 향했다. 하지만 문을 활짝 열지 않고 조심스럽게 살짝만 열어 틈새로 그를 노려보았다. “이 늦은 밤에 무슨 일이세요? 하 대표님, 잘못 찾아온 거 아니에요?” 예전에는 자신의 허름한 집 근처에도 오지 않던 그가 요즘 이렇게 자주 찾아오는 것이 믿기지 않았다. 집에는 아름다운 아내가 있지 않은가. 터무니없고 어이없는 일이었다. “문 열어.” 하재호의 말투는 마치 자기 집에 들어가듯 명령조였다. 강유진은 문을 막아선 채 차갑게 대꾸했다. “이건 명백한 스토킹인 거 아세요? 계속 이러시면 경찰에 신고할 겁니다.” “그럼 신고해.” 하재호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