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0화
홍유빈은 붙박이장에서 이불 한 채를 꺼내 신시후를 위해 바닥에 깔아주었다. 마음이 아주 편한 건 아니었지만 늑대 같은 속내를 숨긴 이 남자에게 침대 한쪽을 내주었다간 분명 엉큼한 오해를 할 게 뻔했다. 홍유빈은 그의 모든 나쁜 마음을 원천 봉쇄하듯 이불을 한 겹 더 얹어주었다.
“자자.”
그렇게 잠이 들었는데 한밤중에 어디선가 콜록거리는 기침 소리가 들려왔다. 홍유빈이 비몽사몽 눈을 비비며 보니 바닥에서 남자가 몸을 웅크린 채 떨고 있었다. 어느새 방 안의 에어컨이 꺼져 있었다. 체감 온도는 이미 5도까지 떨어진 상태였다.
그녀는 입술을 깨물며 바닥의 얇은 이불을 내려다보았다. 마음이 영 불편했다.
‘혹시라도 저러다 병이라도 나면 나보고 병원비를 내놓으라고 하지는 않을까?’
홍유빈은 남자를 툭툭 건드렸다.
“시후 씨.”
신시후가 눈을 떴다.
“음, 왜?”
“시후 씨...”
그녀는 망설이다가 결국 눈을 질끈 감고 말을 내뱉었다.
“침대 위로 올라와서 자. 그러다 감기 걸려.”
신시후는 그녀의 눈을 빤히 응시했다.
“나보고 수작 부릴까 봐 겁난다며?”
홍유빈이 입술을 깨물었다.
“중간에 선 딱 긋고 잘 거니까 그 선만 넘지 마.”
신시후는 입꼬리가 올라가려는 걸 필사적으로 참으며 대답했다.
“알았어. 그럼 너도 나한테 수작 부리지 마. 나 화낼 거야.”
“...”
홍유빈은 기가 찼다. 적반하장도 유분수지, 누가 할 소리인지!
두 사람은 침대 양끝에 자리를 잡고 누웠다. 낮에 웨딩 화보를 찍느라 진을 다 뺀 탓인지 홍유빈은 금세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하지만 낮에 통화했던 계하린의 목소리가 머릿속에 남았던 걸까. 꿈속에서 홍유빈은 계민호에게 쫓기고 있었다. 아무리 달려도 끝이 보이지 않는 좁은 복도에는 무수히 많은 문이 있었고 문을 열 때마다 무표정하고 차가운 계민호의 얼굴이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밤새도록 가위눌리듯 꿈속을 헤매던 홍유빈은 결국 기진맥진해져 숨을 헐떡이며 중얼거렸다.
“꺼져, 계민호...”
그 순간, 그녀의 입술에 닿아 있던 부드러운 감촉이 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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