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923화
낙요는 차가운 어투로 말했다.
"어젯밤이라고? 진 공자, 내 명성을 더럽히지 마시오!"
"난 어젯밤 진 공자를 만난 적이 없소. 진 공자와 평생을 약조한 적도 없고."
낙요는 서늘한 눈길로 진릉의 아버지를 보았다.
"그리고 그 약조도 그렇소. 그것은 내 스승님께서 쓴 것이 맞지만 그것은 당신들이 위기에 처했을 때 돕겠다는 뜻이지 그것으로 당신의 아들과 날 혼인시키라고 한 약조가 아니오."
그 말에 진씨 가문 두 부자의 안색이 파랗게 질렸다.
진릉의 아버지는 충격 받은 얼굴로 낙요를 가리키며 말했다.
"대제사장,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 있소?"
"당신이 대제사장이라고 해서 다른 사람의 감정을 멋대로 농락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오?"
"어젯밤 당신은 내 아들과 사랑의 증표를 교환하고 사적으로 혼인까지 약조했소. 그래서 오늘 난 특별히 혼담을 꺼내려고 이곳까지 찾아왔소. 혹시나 대제사장을 홀대할까 봐서 말이오."
"그런데 어떻게 이렇게 악담을 퍼부을 수 있소? 내가 낙영 대제사장의 약조를 이용해 대제사장을 내 아들과 억지로 혼인시키려고 했다니! 우리는 8대 가문 중 하나로서 기개가 있고 체면이 있소!"
"대제사장이 이렇게 모욕할 수 있는 가문이 아니란 말이오!"
진릉의 아버지는 버럭 화를 내며 탁자를 쿵 내리쳤다.
낙요는 의자에 다리를 꼬고 앉으면서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눈썹을 치켜올렸다.
"어젯밤 나와 증표를 교환했다고 했소?"
"증표는 어디 있소? 한 번 보여주시오."
진릉이 증표를 품에서 꺼내려는데 진릉의 아버지가 화를 내며 그의 손을 잡았다.
"대제사장이 이런 태도를 보여주니 우리도 대제사장과 쓸데없이 얘기를 나누고 싶지 않소."
"우리 가문은 그렇게 대단하지 않아 대제사장을 건드릴 수 없지만 그렇다고 해도 이렇게 사람을 모욕하면 안 되지!"
"우리는 이 일을 폐하께 말씀드릴 것이오!"
말을 마친 뒤 그는 진릉을 끌고 나갔다.
응선해도 멋쩍은지 안색이 좋지 않았다. 그는 뭐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결국엔 어쩔 수 없다는 듯이 한숨을 쉬다가 몸을 돌려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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