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36화
낙청연은 잠깐 움찔하더니 삽시에 눈시울이 붉어졌다.
“뭐라고요?”
낙청연은 영문을 알지 못했다.
부진환은 힘없는 목소리로 무력하게, 목이 살짝 메어 말했다.
“미안하다. 나도 날 통제하지 못하겠다.”
그 목소리에 낙청연은 마음이 아팠다. 그 순간 그녀는 모든 걸 이해했다.
결국 참지 못한 낙청연은 그를 와락 안으며 눈물을 흘렸다.
“알겠습니다. 다 알겠습니다.”
낙월영을 사랑해서 그런 게 아니라 부진환은 정말로 자신을 통제할 수 없었다.
부진환은 몇 번이나 낙청연에게 도움을 구하며 이 세상에 사람을 조종할 방법이 있는지 물었다. 그런데도 낙청연은 부진환이 조종당하고 있다는 걸 발견하지 못했고 그가 낙월영을 너무 사랑해서 그러는 건 줄로 알았다.
낙월영이 맞는 모습을 보고 마음이 아파 머리가 아프고 피를 토한 게 아니라 무언가 부진환을 조종하고 있는 것이었다!
부진환은 너무 아파 꼼짝할 수 없었지만 그래도 애써 팔을 들어 낙청연을 품에 안았다.
그녀의 어깨에 맥없이 턱을 올린 뒤 부진환은 슬며시 눈을 감았다. 그의 입가에 창백한 미소가 걸렸다.
“이 비밀을 아는 사람은 없었다.”
그의 나긋나긋한 음성이 낙청연의 귓가에 울려 퍼졌다. 마치 깃털처럼 언제든 날아갈 것 같은 목소리였다.
낙청연은 마음이 아렸다.
“왜 얘기하지 않은 것입니까?”
“저한테 한 번도 얘기하지 않으셨지요.”
“저희 함께 방법을 생각해 봅시다.”
낙청연은 부진환의 감정 기복이 큰 이유를 그제야 깨달았다.
부진환은 낙월영의 일이라면 항상 이성을 잃었다.
멀지 않은 곳 바닥에 쓰러져 있던 낙월영은 두 사람이 서로 꼭 끌어안는 모습을 보자 마음이 콕콕 쑤셨다.
그녀는 그들이 무슨 얘기를 하는지 알지 못했지만 왠지 모르게 불쾌했다.
왜 이렇게 된 걸까? 왜 낙청연인 걸까?
왕야는 낙청연을 밀어내야 하는데 왜 그녀를 안고 있는 것일까?
지금까지 한 고생들이 전부 헛수고가 된 듯한 기분이 들었다.
부진환은 기운 없이 낙청연의 어깨에 기대고 있었다. 통증이 조금 가신 지금 그는 이 순간이 제법 기꺼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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