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0화
그러자 고태빈이 목소리를 낮추며 답했다.
“내가 사람을 시켜서 손윤겸에게 한 번 제안해 볼 거야. 매수하는 거지.”
그러나 박해은은 의아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손윤겸은 엘루이 최고 수준의 기술 회사에 있잖아요. 돈을 준다고 넘어갈 사람 같진 않은데요.”
그 말을 예상하기라도 한 듯 고태빈은 미묘하게 미소를 띠었다.
“내가 줄 성의는 돈이 아니라 해빈의 초기 지분이야.”
그 말에 박해은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몇백만 몇천만 단위의 돈쯤이라면 손윤겸 같은 사람에게는 별 효력이 없을 터였다.하지만 회사의 초기 지분 특히 해빈 테크 같은 회사의 최초 주식이라면 이야기는 완전히 달라진다.
해빈은 곧 상장을 앞두고 있었고 언론도 이미 시가 총액을 추산했고 업계에서는 상장 이후의 성장 가능성까지 유추하고 있었다.
해빈의 원시 지분이 상장 뒤 얼마가 될지는 모두가 아는 지금 눈앞에 놓인 ‘지분 한 조각’은 손윤겸 같은 인물에게는 단순한 금전 이상의 의미일 것이었다.
박해은은 감동에 목이 메는 듯 갈라진 목소리로 말했다.
“태빈 오빠... 정말 그렇게까지 해주는 거야?”
그러자 고태빈의 목소리에는 평소의 무심함 대신 다정함이 섞였다.
“우리는 이제 부부야. 부부는 한 몸이잖아. 네 일이 내 일이니 내가 그냥 보고 있을 순 없지.”
그 말에 박해은의 눈가에 눈물이 맺혔다.
“태빈 오빠, 정말 고마워. 사랑해.”
그 말을 하며 박해은의 가슴 속엔 확고한 확신이 자라났다.
자신은 옳은 선택을 했고 이 사람과 함께라면 앞으로 잘살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랄까.
게다가 고태빈은 충분히 유망했고 자신을 위해 기꺼이 움직여 주는 사람이니까.
하지만 휴대폰 너머 고태빈의 얼굴은 다시 무표정으로 돌아왔고 그 속에는 계산이 깃들어 있었다.
박해은을 마일 테크에 집어넣어 섀도우 행세를 시키는 것도 사실은 고태빈의 아이디어였다.
그가 원하는 건 기술 그 자체였다.
마일 테크의 첨단 기술과 그 안에 숨은 수많은 상업적 기밀을... 결국 박해은을 통해 손에 넣을 수 있다면 그만큼 한 이득은 없을

Locked chapters
Download the Webfic App to unlock even more exciting content
Turn on the phone camera to scan directly, or copy the link and open it in your mobile browser
Click to copy lin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