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2화
박시형은 눈을 접어 웃었는데 그 모습이 짓궂어 보이는 동시에 신사다운 우아한 기품도 느껴졌다.
“여보, 얘기해. 귀 기울여 들을게.”
서규영은 여보라는 말에 깜짝 놀랐으나 그 말이 그렇게 귀에 거슬리지는 않았다.
서규영이 입을 열었다.
“우리 결혼한 사실 당분간은 공개하지 말자. 나 이혼한 지 얼마 안 됐으니까 적응할 시간이 필요해.”
박시형은 눈썹을 치켜올렸다.
“그래.”
“그리고 두 번째, 나는 델포이 그룹 연구개발팀에서 일하고 싶어. 인턴으로 들어가게 되어도 좋아. 하지만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면 직접 연구개발팀을 만들고 싶어. 그때 회사에서 나를 전폭적으로 지원해 줘야 해. 그리고 급여나 처우 문제는 내가 직접 인사팀 직원과 얘기를 나눌 테니까 간섭하지 마.”
박시형은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어.”
“셋째, 우리는 비록 이미 혼인신고를 했고 나도 오빠를 사랑하려고 노력하겠지만, 정말로 내가 오빠를 사랑하는 날이 오기 전까지는 우리 서로 존중해 주고 강요하지 말자.”
박시형은 일부러 알아듣지 못한 척했다.
“뭘 강요하지 말자는 거야?”
서규영은 얼굴을 붉히면서도 솔직히 말했다.
“관계를 가지자고 강요하면 안 돼. 우리가 한 번 잔 건 맞지만 그게 내가 다음번에도 오빠와 자고 싶다는 걸 의미하는 건 아니니까.”
서규영은 문득 어제 자신이 그의 계략에 당한 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민서가 게시물을 올리자마자 박시형이 댓글을 단 것, 정민서가 불려 간 지 얼마 되지 않아 박시형이 갑자기 나타난 것들을 생각하면 그런 의심이 들 수밖에 없었다.
박시형은 진지하게 대답했다.
“걱정하지 마. 난 널 존중해. 절대 널 강요하지 않을게.”
박시형은 잠깐 뜸을 들이다가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
“한 가지 말해두자면 너는 언제든 날 강요해도 돼. 날 존중해주지 않아도 돼.”
서규영이 매섭게 노려보자 박시형은 그제야 진지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네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아. 어젯밤 내가 일부러 그런 거라고 생각하겠지. 사실은 그렇지 않아. 난 그냥 정 변호사를 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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