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32화
박시형은 끝내 서류를 열어보지 않았다.
대신 그 이혼 서류를 책상 서랍에 그대로 밀어 넣었다.
“죄송하지만...”
박시형은 목소리를 가다듬고 천천히 그러나 또박또박 의사를 표했다.
“저는 그룹 회장으로서 재산 문제를 함부로 결정할 수 없습니다. 특히 혼전 계약이 없었기 때문에 절차가 복잡합니다. 주주 회의를 마친 뒤 다시 말씀드리겠습니다.”
그 말에 정민서는 이를 악물었다.
하지만 최대한 단정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박 회장님. 두 분의 혼인 사실은 애초에 비공개였습니다. 조용히 이혼하신다고 해도 회사에는 아무 영향 없습니다. 그리고 제 의뢰인은 박 회장님의 재산에 관심 없고 협의서에도 재산 관련 조항이 없습니다.”
비록 서규영이 속전속결로 이혼을 진행하고 싶다고는 했지만 정민서는 박시형의 재산을 분할받지 않는 게 불공평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자 박시형은 표정 하나 바꾸지 않은 채 말했다.
“서규영 씨가 원치 않는 것과 제가 주고 싶은 것은 별개의 문제입니다. 재산 분할 정리가 끝나면... 그때 사인하겠습니다.”
그 말에 정민서는 헛웃음을 흘렸다.
“아... 지금 혹시 이혼하고 싶지 않아서 시간 끄시는 거예요?”
그러나 박시형은 여전히 감정을 드러내지 않은 채 정민서를 잠시 바라보더니 침착하게 답했다.
“그렇게 보이십니까.”
그건 부정도 긍정도 아니었다.
결국 참다못한 정민서는 그대로 폭발했다.
“솔직히 말해보세요. 이제 와서 우리 규영이가 좋다고요? 헤어지기에 아깝다고요?
진짜 대단하시네요, 박 회장님.”
정민서의 날카로운 비아냥이 터졌다.
“그런데 회장님이 그렇게 아낀다는 그 ‘첫사랑’은요? 그 사람은 뭐가 돼요? 아... 혹시 둘 다 챙길 수 있다고 생각하시는 거예요? 그런데요...우리 규영이는 그런 남자 손가락 하나도 대기 싫대요. 더럽다고요.”
서슬 퍼런 말이었지만 박시형의 태도는 한 치의 흔들림도 없었고 오히려 숨을 아주 천천히 내쉬며 위압적인 기운만 가라앉힐 뿐이었다.
그렇다고 온화한 것은 아니었다.
그의 고요함은 곧 폭풍 전의 적막에 가

Locked chapters
Download the Webfic App to unlock even more exciting content
Turn on the phone camera to scan directly, or copy the link and open it in your mobile browser
Click to copy lin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