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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7화

하지만 박시형은 타락하지 않고 그 책임을 짊어졌다. 서규영의 목소리는 평온했다. 마치 모든 것을 이미 놓아버린 듯했다. “됐어. 이제 가야 해. 앞으로도 몸 잘 챙기고. 이제 의료 기술이 발달했으니 오빠의 병도 치료될 수 있을 거야.” 박시형은 그녀의 말을 음미했다. 마치 평범한 낯선 사람이 자신이 중병에 걸렸다는 것을 알고 건성으로 위로하는 말 같았다. 서규영은 감정적으로 그와 완전히 관계를 정리한 듯했다. 하지만 그렇게 되는 것이 더 좋았다. “너도. 몸 잘 챙기고. 나를 잊어.” 서규영은 차를 몰고 떠났다. 백미러로 박시형이 여전히 멀리서 서 있는 것을 보며 씁쓸한 생각이 들었다. 박시형이 5년을 넘기지 못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니 서규영의 마음은 걷잡을 수 없이 슬퍼졌다. 그녀가 어떻게 그와 완전히 관계를 정리할 수 있겠는가. 그녀는 그의 아이를 뱃속에 품고 있는데 말이다. 앞으로 오랜 시간, 어쩌면 평생 그녀는 그와 조금 닮은 얼굴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어쩌면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박시형은 아이가 있다는 사실을 모를 것이다. 박시형이 지난번 술을 마시고 입원했을 때 그녀가 아이를 지웠다고 생각하고 자극받은 것이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은 고태빈이 병원에서 있었던 일을 전화로 말해줬기 때문이었다. 이것은 서규영이 시간 순서대로 추론해낸 것이었다. 그때부터 박시형은 아이에 대해 다시는 언급하지 않았고 서규영도 당연히 말하지 않았다. 그녀는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에게 희망을 줄 필요는 없었다. 그렇지 않으면 그가 있는 지옥은 더욱 견디기 힘들 것이니 말이다. 서규영은 정민서의 작은 아파트로 돌아오자마자 안에서 들려오는 두 사람의 말다툼 소리를 들었다. “정민서, 네가 그렇게 오래 투정 부린 것으로 충분하잖아. 내 인내심도 한계가 있다고.” 정민서가 쌀쌀하게 웃었다. “하지욱 변호사님, 벌써 이렇게 오래됐는데 아직도 제가 투정 부린다고 생각해요?” 정민서의 목소리는 차갑고 단호했다. “마지막으로 명확히 말해줄게요. 저는 다시는 법률 사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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