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4화
고태빈은 너무 화가 난 나머지 이마의 핏줄이 도드라졌다.
‘겨우 별장 하나일 뿐이라고? 태워 먹어도 상관없다고? 어떻게 이렇게 건방진 말을 하는 거지?’
지금 금융감독원에서 회사 재무제표를 심사하는 중이라 회삿돈에 손을 댈 수가 없었다.
그리고 대출 문제도 아직 해결되지 않았다.
회사 상장에 실패한다면 현금 흐름이 끊기게 될 것이고 그렇게 되면 파산도 멀지 않을 것이다.
게다가 이젠 집도 없고 차도 없는 데다가, 별장을 사려고 입금했던 계약금 20억도 돌려받을 수 있을지 없을지 알 수 없었다.
그런데 고나율이 하필 이때 큰 사고를 친 것이다.
뺨을 맞은 고나율은 완전히 넋이 나갔다.
고태빈은 단 한 번도 그녀에게 손찌검한 적이 없었다. 그래서 고나율은 매우 화가 나기도 하고 억울하기도 했다.
분양사무소 쪽에서도 사람을 보냈다.
“고태빈 씨, 이번 일은 저희 책임도 있으니 저희랑 고태빈 씨 여동생이 절반씩 책임지죠. 고태빈 씨도 체면 있는 분들이니 굳이 법정까지 갈 필요는 없을 것 같네요. 별장의 피해 보상은 저희가 절반씩 부담하는 건 어떨까요?”
“절반이면 얼마죠?”
고태빈이 차가운 얼굴로 물었다.
“초보적으로 감정해 봤을 때 40억입니다.”
고태빈은 이번 사건에서 자신에게 변명할 여지가 없다는 걸 알고 있었다.
만약 이 일을 법정까지 끌고 간다면, 혹시나 이 일이 언론에 알려지기라도 한다면, 그에게도 회사에도 큰 영향을 줄 것이다.
특히 지금은 회사 상장을 앞둔 중요한 시기였다.
만약 투자자들이 그가 120억조차 마련하지 못했다는 걸 알게 된다면 회사 상장은 물 건너가게 될 것이다.
그러니 이런 상황에서는 억울해도 이 악물고 삼킬 수밖에 없었다.
결국 고태빈은 어쩔 수 없이 승낙했다.
“화재로 인한 손실은 제가 부담하겠습니다. 정산 후 명세서를 회사로 보내주시면 됩니다.”
이때 고나율은 겨우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뺨은 계속 화끈거렸지만 오빠가 이렇게 화끈하게 40억의 보상금을 배상하겠다고 하는 걸 보면 그녀가 부잣집 딸임을 증명할 수 있었다.
그러니 그녀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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