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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3화

그의 잠옷은 옷장 안에 그녀의 옷과 나란히 걸려 있었다. 양지유는 수줍게 웃으며 옷장을 열고 손태하의 새 잠옷을 꺼내 들었다. “여보.” “나 입혀줘.” “응.” 양지유는 수줍은 미소를 띠며 살며시 고개를 끄덕였다. 남편 앞에만 서면 왠지 모르게 마음이 두근거리고 불안해졌다. 자꾸 그를 안고 싶고 그 품에 안기고 싶은 마음이 치밀었다. 다음 날 아침, 손태하는 아침밥을 다 먹고 나서 시계를 확인했다. 아직 8시도 되지 않은 이른 시간이었다. “여보, 나 이제 골든 아파트 단지로 가야겠어. 대표님께 그 계약서들 전해드려야 하거든.” “음...” “여보, 내가 대신 갖다 줄까? 어차피 나도 시간 여유 있어.” 양지유는 손태하를 바라보다가 문득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어차피 그 계약서들은 결국 그녀 손에 돌아올 것들인데, 굳이 절친이 따로 수고해서 가져다줄 필요가 있을까 싶었던 것이다. “괜찮아, 당신은 아직 몸도 다 회복 안 됐잖아. 그렇게 힘들게 하긴 싫어. 아파트 갔다가 금방 회사로 갈 거야. 당신이 대신 가면 또 내가 가지러 가야 하잖아. 그리고 이건 원래 비서인 내가 해야 할 일이야. 이런 것까지 아내가 대신하면 대표님이 날 어떻게 보시겠어?” “여보, 집에서 푹 쉬고 있어. 점심엔 일찍 올게.” 계약서를 대표에게 전하고 사인을 받는 건 분명 손태하 본인의 업무였다. 게다가 아내는 어젯밤에도 고생한 탓에 꽤 늦게 잠들었으니 집에서 좀 더 쉬는 게 좋았다. “알았어 여보, 운전 조심하고.” “응, 잘 다녀올게. 점심에 봐.” 손태하는 차 키와 계약서가 들어 있는 큰 종이봉투를 챙기고 곧장 집을 나섰다. 그는 네비게이션을 켜고 속도를 높여 달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골든 아파트 단지 정문에 도착했다. 꽤 고급스러운 느낌의 단지였다. 비록 별장 단지는 아니었지만 내부 구조나 분위기가 범상치 않았다. 손태하는 길가에 차를 세우고 대표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태하 씨, 벌써 도착했어요?” “네, 대표님. 지금 단지 입구에 와 있어요. 몇 동인지 알려주시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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