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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화

주호림이 말을 마치기도 전에 주석호의 안색이 바로 어두워졌다. 비록 주호림이 혼인 상대가 누구인지 말하지 않았으나 그 사람이 방청옥이란 것을 주석호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태자가 나와 청옥의 사이를 알고 있는 것이 분명해. 그렇지 않고서야 이리 나올 수 없는데. 고얀 놈 같으니라고.’ 생각을 이리하면서도 주석호는 전혀 초조한 기색을 드러내지 않았다. ‘예전의 나라면 태자와 청옥의 혼사를 정승이 허락할까 봐 긴장했을 테지. 하나 그는 절대 허락하지 않을 거야.’ 이에 무황이 물었다. “누구와 혼인하고 싶은데?” “방청옥이요.” 이 말이 나오자, 삼황자 주명철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역시 태자 형님은 기회 잡을 줄 안다니까. 이러면 나한테는 일거양득인가?’ 이렇게 생각하며 주명철은 고개를 돌려 주석호를 쳐다봤다. ‘석호의 표정이 얼마나 재미있으려나.’ 그러나 주석호가 마치 자기와는 전혀 상관없는 듯 무표정을 짓고 있는 것을 보고 주명철은 실망을 금치 못했다. ‘어찌 이럴 수가?’ 사황자 주덕배도 이런 주석호의 표정을 보고는 의아해했다. “셋째 형님...” 이게 어찌 된 영문인지를 주덕배가 주명철에게 물으려 했으나 주명철 그 자신도 모르니 어찌 답할 수 있으랴. 무황은 방현석을 향해 미소 지으며 말했다. “정승, 지난번에는 남양 사자 때문에 혼사가 지체되었소. 하나 태자가 혼사 얘기를 꺼낸 것으로 보아 그대의 여식을 마음에 품고 있는 것이 분명해 보이는구려. 하니 이참에 두 사람의 혼사를 정하는 것이 어떻겠는가?” 하지만 방현석은 아무 표정도 짓지 않았다. 주석호에게 마음을 빼앗긴 방청옥에게 이런 날이 올 것을 예상했기에. 물론 그날이 이렇게 빨리 올 줄은 생각지 못했으나 이에 대한 대응을 그는 이미 생각해 두었다. “폐하와 태자 전하께서 신의 여식을 귀하게 여겨주시어 참으로 망극하옵니다. 신이 청옥을 대신하여 감사 인사를 올리겠나이다.” 말을 마치자마자 방현석은 무릎 꿇고 절을 두 번 올렸다. 이 모습을 보던 태자 주호림은 얼굴이 빨개졌다. ‘정승이 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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