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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방청옥의 행동이 방현석의 주의를 불러일으켰다. “청옥아, 왜 그러느냐?” 방현석이 걱정스레 물었다. 방청옥은 깜짝 놀라며 서둘러 대답했다. “아무것도 아닙니다.” 방현석은 늘 침착하고 차분하던 방청옥이 조금 전부터 자꾸 넋을 놓는 것 같아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방청옥이 아무 말도 하지 않으니 방현석도 알 수 없었다. 그는 그저 방청옥이 혼인이라는 인생의 중대사 때문에 긴장한 탓이라고 생각했다. 방현석은 이내 시선을 주석호에게로 돌렸다. 방청옥은 주석호가 남양이 감히 도전하지 못할 거라고 생각해서 그렇게 얘기한 거라고 추측했고 방현석도 방청옥과 똑같은 생각을 했다. 심지어 대부분의 북양 대신들도 마찬가지였다. 오로지 주석호만이 무덤덤하게 양만수를 바라보았다. “좋습니다. 청주왕께서는 이번에 어떤 것을 주제로 하실 것입니까?” 양만수는 도전을 받아들인 뒤 주석호를 빤히 바라보면서 빈틈을 찾으려고 했다. 그는 주석호가 허세를 부린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주석호가 자신감 넘치는 모습으로 대답하자 양만수는 도전할 용기가 사라졌다. 양만수는 어쩔 수 없이 두 번째 계획을 선택했다. “우리 남양에서 온 재인은 남 형 한 명뿐인데 현재 남 형은 몸이 좋지 않지요. 육황자 전하, 혹여 타인의 위기에 편승할 생각은 아니시겠지요? 문식을 겨루는 것은 남 형의 병세가 회복된 뒤에 다시 의논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여겨지는군요. 그러니 우선 무예를 겨루는 것은 어떻습니까?” 양만수는 말을 마친 뒤 다시 전과 같은 평온한 표정으로 돌아왔다. 문식을 겨루는 것은 사실 중요치 않았다. 그들이 북양을 방문한 진짜 목적은 북양에게 남양의 강한 전투력을 보여주기 위함이었다. 그들에게는 무예를 겨루는 것이 가장 중요했다. 그리고 양만수는 남양이 무예에서 승리를 거머쥘 거라 확신했다. 무예에서 승리한다면 문식에서 진다고 해도 서로 한 번씩 승리하고 한 번씩 패배한 것이 되니 지금처럼 참패하는 상황은 벌어지지 않을 것이다. 주석호 외 북양 사람들은 양만수의 말을 듣고 더는 경멸의 기색을 띠지 못했다. 양만수는 굽신거리지 않고 당당하게 말했을 뿐만 아니라 근거도 확실했기 때문에 겨우 말 몇 마디로 남양에 불리하던 정세를 바꾸었다. 심지어 지금 그들과 대결하는 것은 상대방이 약해진 틈을 타 편승하는 것이라며 못 박아두기까지 해서 북양에서는 더 이상 손을 쓸 수가 없었다. ‘참 교활하네.’ 주석호는 시선을 들어 양만수를 힐끗 보았다. 이렇게 짧은 시간 안에 대처 방법을 생각해 낸 걸 보면 양만수는 상당히 노련한 자였다. 그러나 아쉽게도 적이었다. 당장은 문식을 겨루지 않게 되었기에 주석호는 유유히 자리로 돌아가서 잔을 들어 술을 마셨다. 술을 다 마신 뒤에는 혀를 차면서 방청옥이 있는 쪽을 바라보았다. ‘벌써부터 나를 걱정하는 거야?’ 방청옥은 주석호가 눈썹을 치켜올리는 걸 보더니 당황해서 표정을 굳히며 시선을 돌렸다. 당황한 얼굴로 시선을 회피하는 방청옥의 모습에 주석호는 웃음을 참지 못했다. “형님, 뭘 웃으시는 겁니까?” 칠황자 주남기가 궁금한 듯 주석호에게 가까이 다가가 물었다. “별거 아니다. 조금 전 남양의 기를 한 번 꺾어 기뻐서 그런다.” 주석호는 유쾌하게 웃으며 또 한 번 술을 마셨다. 이때 무황의 시선이 주석호에게서 이황자 주성훈에게로 향했다. 일곱 명의 황자 중 오직 주성훈만이 병사들을 이끌며 전쟁터에 나갔기 때문이다. 그러니 이번에는 주성훈에게 기댈 수밖에 없었다. 주성훈이 앞으로 나서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어떻게 겨룰 생각입니까?” 양만수가 말했다. “아주 간단합니다. 양측에서 각자 다섯 명씩 나와 한쪽이 패배할 때까지 계속 겨루는 것입니다. 만약 저희 남양이 패배한다면 남양의 옥주를 양보하겠습니다. 하지만 만약 북양이 패배한다면...” 양만수는 웃으며 말했다. “무황 폐하께서는 남양에 모주를 주시옵소서.” “뭐라?” “어찌 땅을 두고 겨루고자 한단 말입니까?” “폐하, 절대 동의하시면 아니 되옵니다!” ... 양만수가 말을 끝맺자마자 대전에서 반대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무황 또한 안색이 매우 어두웠다. 남양의 옥주든 북양의 모주든 모두 북양과 남양을 잇는 중요한 곳이었다. 또 두 곳 모두 험준한 지세에 자리 잡고 있어서 최고의 방어 요새였다. 어느 쪽을 잃든 간에 가장 중요한 도성이 상대 앞에 고스란히 드러나게 된다. 옥주나 모주를 잃는 것은 단순히 성 하나를 잃는 것이 아니었다. 그것은 한 나라의 운명이 걸린 문제였다. ‘남양의 야망이 이리도 크다니.’ 방현석이 가장 먼저 자리에서 일어나며 무황을 향해 말했다. “폐하, 소신이 보기에 청주왕의 제안은 가당치도 않사옵니다.” 그는 고개를 돌려 양만수를 바라보았다. “성을 얻거나 잃는 것을 아이들의 장난처럼 여길 수는 없는 법이옵니다.” 다른 대신들도 맞장구를 쳤다. “그렇사옵니다. 이것은 나라와 나라 간의 문제인데 세 살짜리 아이처럼 굴 수는 없는 법이지요.” “남양의 아이들은 소꿉놀이를 좋아한다고 들었는데, 청주왕도 북양에 와서 이런 놀이를 언급할 줄은 몰랐습니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북양에서는 그런 놀이를 할 사람이 없습니다. 하하하하...” 비웃음 소리가 끊이질 않았지만 양만수는 안색 하나 바뀌지 않았고 심지어 단단히 화가 난 양해승을 진정시켰다. “여러분들은 이것이 아이와 같은 장난이라고 생각하시는 겁니까? 아니면 북양이 틀림없이 질 거라고 생각해 제 제안에 응하지 못하는 것입니까?” 말을 마친 뒤에는 도발적인 눈빛으로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북양 대신들은 양만수의 눈빛을 피했다. 양만수의 말대로 그들이 이토록 반대하는 이유는 북양이 질까 봐 두려웠기 때문이다. 양만수가 먼저 꺼낸 내기이다 보니 그들은 분명히 준비가 되어있을 것이고, 함부로 도전을 받아들였다가는 상대방의 함정에 당할 수도 있었다. 그리고 패배한다면 북양은 돌이킬 수 없는 화를 입을 것이다. 양만수는 사람들이 자신의 눈빛을 피하자 조금 전의 답답했던 마음이 싹 가시며 의기양양해졌다. 그러나 주석호에게로 시선을 돌렸을 때, 주석호는 웃는 얼굴로 음식을 먹고 있었다. 다른 사람들처럼 걱정하거나 표정이 심각해 보이지 않았다. 양만수의 도발이 안중에도 없는 듯한 모습이었다. 사실 문식에서도 그들이 이길 뻔했는데 주석호가 갑자기 끼어들어 훼방을 놓은 사실이 떠오르자 양만수는 곧바로 목청을 높였다. “육황자 전하, 우리 남양에 지는 것이 두렵습니까?” 양만수의 말에 북양 사람들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조금 전까지 남양에게 되돌려주었던 말이 또다시 북양에게로 돌아왔다. 태자 주호림은 원망 가득한 눈빛으로 주석호를 바라보았다. 만약 주석호가 조금 전 남양 사람들을 몰아붙이지 않았다면 북양은 지금과 같은 곤경에 처하지 않았을 것이다. 주석호는 사실 무예를 겨루는 것에 나서고 싶지 않았다. 비록 그는 과거 용병왕이었지만 지금 그의 몸은 오랫동안 주색에 빠진 탓에 볼품없이 변해버렸다. 지금의 주석호는 전성기의 십분의 일이나 십분의 이 정도밖에 힘을 쓸 수가 없었다. 그러나 양만수가 친히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으니 주석호도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주석호는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 “지는 것이 두려워 대결을 뒤로 미룬 것은 청주왕이 아닙니까?” 겨우 말 한마디에 양만수는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하면서 숨조차 제대로 쉬지 못했다. 주석호는 그의 천적이 확실했다. 양만수는 단단히 화가 났고 반대로 북양 사람들은 속이 후련했다. 육황자의 말 한마디에 전세가 또 한 번 뒤바뀌었다. 주석호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눈빛에 놀라움과 감탄이 가득했고, 심지어 무황조차 고개를 살짝 끄덕이면서 흐뭇한 눈빛을 해 보였다. 무황의 곁에 있던 주호림은 상황을 지켜보더니 안색이 돌변했다. 무황의 흐뭇함이 담긴 눈빛은 오로지 그만 누리던 것인데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육황자가 무슨 자격으로 그런 눈빛을 받는단 말인가? 주호림은 결국 충동을 억누르지 못하고 말했다. “아우야, 그렇다면 남양과의 내기를 우리 북양이 받아들여야 하느냐? 아니면 거절하여야 하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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