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4화
김씨 가문 사람들은 모두 고개를 끄덕이며 연신 수긍했다.
이윽고 김준은 손을 내저으며 모두 물러가라 명했고 사람들은 그의 지시를 기다리며 흩어졌다.
그러나 김필승만은 불러 세웠다.
“너는 곧장 남양으로 가서 내 뜻을 평서왕에게 전하거라.”
그의 목소리는 무겁게 가라앉아 있었다.
“그리고 다시는 돌아오지 마라.”
“아버지, 저를 남양에 남기려는 겁니까?”
김필승이 깜짝 놀라 묻자, 김준은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만에 하나 뜻대로 되지 않으면, 적어도 우리 김씨 일족의 핏줄이라도 남아야 하지 않겠느냐. 하지만 명심해라. 만약 이번에 우리 김씨가 무너진다면 반드시 그 원한을 갚아야 한다.”
그 시각, 하권승이 선물한 저택 안에서는 통곡이 터져 나오고 있었다.
“마마, 어찌하여 이리도 허망하게 가셨습니까!”
송호는 바닥에 엎드려 울부짖었는데 눈물과 콧물이 뒤엉켜 얼굴이 엉망이 되었다.
다른 시중들 역시 눈시울을 붉혔다.
주석호를 따르며 그동안 따뜻한 밥을 먹고 꾸중 한 번 듣지 않은 채 살아왔으니, 이보다 더 좋은 주인을 어디서 또 찾겠나 싶었다.
그런 주인이 이렇게 일찍 세상을 떠나다니, 어찌 원통하지 않으랴.
바로 그때, 누군가 급히 와서 알렸다.
“송 내관, 도 가주께서 오셨습니다.”
“누구?”
송호는 무심결에 되물었다가, 곧 도진유라는 이름을 떠올리고는 눈에 핏발이 섰다.
“감히 여길 오다니!”
그는 씩씩대며 곧장 밖으로 뛰쳐나갔다.
도진유는 저택 안에서 들려오는 곡성을 듣고 믿기지 않는 듯 고개를 저었다.
소요왕은 분명히 도혁의 죽음의 진상을 파헤치러 갔을 터인데, 어찌 이리 허망하게 죽을 수 있단 말인가.
그러나 그가 생각을 정리하기도 전에, 한 그림자가 번개처럼 튀어나와 주먹과 발길질을 퍼부었다.
“가주께서 마마를 죽게 만드셨습니다!”
“마마를 죽음으로 몰아넣은 게 다 가주 탓이라고요!”
“도혁의 죽음을 캐지 않았다면, 마마께서 어찌 숙주를 떠나셨으며, 어찌 목숨을 잃으셨겠습니까!”
송호는 울분에 차 온몸으로 매달려 두들겨댔고 도진유는 이를 악물고 그

Locked chapters
Download the Webfic App to unlock even more exciting content
Turn on the phone camera to scan directly, or copy the link and open it in your mobile browser
Click to copy lin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