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6화
“그럴 리 없습니다!”
김준은 망설임도 없이 부정했다.
“만약 꿰뚫지 못했다면 어찌 살아남을 수 있었겠습니까?”
주석호가 빙긋 웃었다.
“보아하니, 자네는 그 자객들의 솜씨를 제법 믿은 모양이군. 안타깝지만 그들은 나를 죽이지는 못했지. 오히려 한 놈은 내 손에 붙잡혔다네. 그렇지 않았다면, 배후가 바로 자네라는 확신은 못 했을 거야.”
다섯 자객이 모조리 실패했다니!
김준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그러나 그보다 더 충격적인 것은 이어진 주석호의 말이었다.
“그럼 손을 쓰기 전부터, 벌써 절 의심하고 있었다는 뜻입니까?”
“그렇다네.”
주석호는 숨김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자신이 어떻게 김씨 일가의 빈틈을 눈치챘는지 차근차근 설명했다.
곁에서 듣던 주강현은 내심 놀랐다.
‘그토록 미세한 변화까지 포착하다니... 이분이 과연 소문 속 무능한 육황자가 맞단 말인가?’
심지어 그조차도 간과할 만한 부분을 짚어내다니 믿기지 않았다.
한참을 침묵하던 김준은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제가 졌습니다.”
만약 방금 말이 모두 사실이라면, 그가 패한 것도 억울할 건 없었다.
곧, 김준은 무언가를 떠올린 듯 입을 열었다.
“마마, 전 기꺼이 목숨을 내놓을 수 있지만 한 가지 부탁이 있습니다.”
“흠?”
주석호의 입가에 싸늘한 웃음이 번졌다.
“이 처지에 아직도 부탁할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나?”
김준은 물러서지 않았다.
“비록 사심이 섞였으나, 마마께도 이로운 일일 겁니다.”
“이로운 일이라?”
주석호가 눈썹을 치켜세웠다.
“말해 보게.”
“제가 쓴 편지를 필승이에게 전해주셨으면 합니다. 복수는 꿈도 꾸지 말라 분명히 일러두겠습니다. 그리하면 마마께서도 앞으로 번거로움을 덜 수 있을 것이지요.”
“이로운 일이란 게 바로 그건가?”
주석호가 비웃음을 터뜨렸다.
“내가 자네 아들을 두려워할 거라고 생각하나? 김씨 일가를 모조리 없앤 내가, 하찮은 김필승 하나를?”
김준의 안색은 순식간에 창백해졌고 주석호의 일갈에 반박 한마디 못 내뱉었다.
잠시 후, 그는 무너져 내리듯 바닥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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