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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0화

그녀가 곤란한 듯 입을 열었다. “미안해, 아침에 계속 핸드폰을 못 봤어. 요즘 회사가 너무 바빠서 저녁에 못 갈 것 같아.” 공주희는 완곡하게 거절했다. 가기 싫은 게 아니라 정말 바빴다. 오늘도 야근할 게 뻔했고 몇 시에나 퇴근해서 집에 갈 수 있을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강율은 공주희의 거절에 조금 실망한 기색이었지만 그래도 말했다. “그럼 알겠어요, 선배. 다음에 시간 괜찮을 때 다시 약속 잡아요.” “그래, 재밌게 놀아. 이만 끊을게.” 전화를 끊고 공주희는 배달 음식을 가지러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최근 마라탕이 좀 먹고 싶었는데 나가서 먹자니 시간이 아까워서 점심으로 배달을 시켰던 것이다. 점심을 후딱 해치우고 다시 업무에 몰두했다. 저녁 8시가 되어서야 비로소 컴퓨터 앞에서 고개를 들었다. 팔을 쭉 펴고 목을 풀며 일단 퇴근하기로 마음먹었다. 나가서 뭐 좀 먹고 내일 다시 일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책상 위를 정리하고 가방을 챙겨 컴퓨터를 끄고 아래층으로 내려갈 준비를 했다. 띵동. 엘리베이터가 15층에 도착했다. 공주희는 고개를 숙인 채 걸어 들어갔고 안에 사람이 있는지는 신경 쓰지 않았다. 그때 등 뒤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렇게 늦게 가?” 공주희는 화들짝 놀라 잠이 확 달아날 정도였다. 고개를 돌리니 지세원이 뒤에 서 있었다. “세원 오빠~ 오빠도 야근했어요?” 공주희는 정신을 차리고 예의 바르게 인사했다. “응, 뭐 좀 먹고 이따 다시 돌아오려고.” 지세원이 설명했다. 공주희는 속으로 혀를 내둘렀다. ‘다시 돌아온다고? 대표는 아무나 하는 게 아니구나. 직원보다 더 바쁘네.’ ‘잠깐, 대표도 아직 야근하는데 직원이 먼저 퇴근하면 좀 보기 안 좋은가...’ “저녁은 먹었어?” 지세원이 계속해서 물었다. 공주희가 고개를 저었다. “아... 아직요.” “그럼 가자. 같이 먹어. 오빠가 저녁 사줄게. 저번에 네가 데려갔던 그 라멘집 괜찮던데, 라멘 먹을래?” “좋아요.” 공주희도 딱히 먹고 싶은 게 없었고 그 라멘집은 정말 괜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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