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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4화

그렇게까지 말하니 공주희도 더 이상 거절할 여지가 없었다. 그녀는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 “네, 알겠습니다.” 사무실을 나오자마자 공주희는 눈물이 핑 돌았다. ‘이럴 바에는 차라리 세원 오빠한테 직접 말해서 담당을 바꾸는 게 낫겠다.’ ... 점심시간. 공주희는 대충 시켜 먹은 도시락을 금세 비우고는 16층으로 올라갔다. 지세원에게 찾아가 간식을 얻어먹기도 하면서 김시아 건도 슬쩍 얘기해 볼 생각이었다. 계단을 올라 지세원의 사무실 문 앞에 다다랐을 때, 안에서 누군가 말하는 소리가 들렸다. “오늘은 무슨 일로 온 거예요?” 지세원의 낮은 목소리였다. “우연히 들렀어요. 마침 점심시간이라 도시락 가져왔어요. 우리 엄마가 직접 만든 거예요. 한번 먹어봐요.” 김시아였다. 공주희의 몸이 그대로 굳어버렸다. 머릿속이 하얘지면서 안에서 무슨 대화가 오가는지조차 들리지 않았다. 그저 기계처럼 몸을 돌려 돌아가려는 찰나, 정면에서 지세원의 비서가 걸어왔다. “어, 주희 씨? 대표님 찾으러 온 거예요? 왜 안 들어가요?” 공주희는 애써 미소를 지었다. “아... 갑자기 생각났는데 서류를 깜빡하고 안 가져왔네요. 그리고 지금 점심시간이죠? 오후에 다시 올게요.” “아이고, 벌써 점심시간이네요. 나도 오늘 너무 정신없어서 아직 밥도 못 먹었어요. 얼른 먹고 와야겠다.” 비서가 떠나자 공주희는 느릿느릿 계단을 내려가기 시작했다. 발걸음은 한없이 무거웠다. ‘두 사람 진도 빠르네. 벌써 밥까지 챙겨주는 사이야?’ 한편, 지세원의 사무실 안. 김시아는 소파에 앉아 지세원이 식사하는 걸 옆에서 지켜보고 있었다. 원래는 밖에서 간단히 먹으려 했는데 김시아가 직접 도시락통을 들고 찾아왔다. “엄마가 세원 씨 점심을 잘 챙겨주래요.” 두 사람은 양가 부모님을 잠시 안심시키기 위해 ‘가짜 연애’를 합의한 사이였다. 하지만 요즘 김시아가 너무 자주 회사에 들러 기분이 이상했다. “맛있어요?” 김시아는 고개를 살짝 기울이며 물었다. 지세원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마지막으로 국물을 한 모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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