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25화
지세원은 손끝이 굳어졌다.
고개를 들었을 때, 얼굴에서는 아무런 감정도 읽히지 않았지만 귓불 뒤로 은근히 번져 오른 붉은 기운이 모든 걸 말해 주고 있었다.
들키고 싶지 않은 마음 한 줌이 딱 그곳에서만 새어 나왔다.
김시아는 느긋한 표정 그대로 말을 이었다.
“저야 뭐 진작 알았죠. 그런데 세원 씨 은근히 순정이더라고요? 나이는 먹을 만큼 먹었으면서 동생 챙기는 척하면서 혼자 짝사랑이나 하고 있으니. 참, 뜻밖이긴 하네요.”
지세원은 얼굴을 굳히며 김시아를 바라봤다.
금방이라도 언성이 올라갈 것 같은 기류였다.
김시아는 분위기를 빠르게 읽고 마무리했다.
“알았어요. 세원 씨만 부모님들 설득하면 저는 문제없어요. 그럼 먼저 갈게요. 좋은 소식 기다리고 있을게요.”
가방을 들고 지세원의 사무실을 나서던 김시아는 문턱에서 다시 멈춰 섰다.
몸을 돌려 지세원을 향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리고 하나만 더 말해둘게요. 세원 씨를 포기할 생각은 없어요. 제가 남자한테 이렇게까지 마음 쓰는 일이 거의 없는데 한 번 거절당했다고 물러날 성격 아니거든요. 그러니까 행운을 빌어줄 테니 잘 버텨봐요. 안녕.”
말을 끝내자마자 김시아는 뒤도 안 돌아보고 사라졌다.
지세원은 제자리에 굳은 채 한동안 움직이지 않았다.
공주희는 점심 내내 제대로 눈을 붙이지 못했다.
그래서인지 오후 시간에 집중도 안 되고 기운도 없었다.
다행히 요즘 일이 많지 않아 눈치껏 농땡이를 치며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퇴근 시간이 가까워질 무렵, 강율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
점심때 엄마가 한 말을 떠올린 공주희는 이번에는 외면하지 않고 통화 버튼을 눌렀다.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전화가 연결되자 강율은 순간 말을 잇지 못했다.
“주희 누나, 드디어 제 전화를 받아주셨네요.”
강율이 지세원의 논문 수정을 거절해서 삐친 거라고 말하기도 민망했다. 그래서 공주희는 목소리를 한 번 가다듬고는 변명하기 시작했다.
“요즘 일이 좀 바빠서 네 전화를 못 받았어.”
강율은 그 변명이 허술하다는 걸 알면서도 굳이 파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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